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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고급 두뇌를 영입해 국방예산 문제를 개혁했던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국방장관은 1967년 베트남전 종합기록을 남기기 위해 국방부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자료 수집을 지시했다. ‘펜타곤 페이퍼’로 알려진 7000쪽짜리 ‘베트남TF 국방장관실 보고서’가 작성됐다. 베트남 참전 명분으로 통킹만 사건을 이용한 것과 중국 견제 차원의 한·일 전선 형성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를 15부 인쇄했는데 2부는 랜드연구소가 보관했다. 이 자료가 보도되면서 미국 사회가 시끄러워졌지만 싱크탱크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랜드연구소는 미국 방산업체 더글러스항공이 지원하고 포드재단이 출연해 1948년 설립됐다. 미 공군으로부터 미·소 냉전 연구프로젝트를 의뢰받는 등 우파적 시각에서 군사문제를 연구한 첫 싱크탱크다. 2001년 5월 발표한 ‘미국과 아시아’ 연구서를 보면 한반도가 통일 또는 전쟁 위협이 없는 화해 단계에 들어설 경우 불가피하게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싱크탱크는 정부 의뢰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구원들은 정부와 백악관의 인재풀이 된다. 폴 오닐 랜드연구소 이사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이다. 고급 정보가 정부기관과 싱크탱크 간에 공유되기도 한다. 워싱턴에 있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프레더릭 켐프 회장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과 관련해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신뢰할 만한 군사옵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파장을 우려해 자제했지만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는 뉘앙스였다. 싱크탱크 연구원들은 근거 없이 뜬구름 잡는 말을 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가 주한미군 조정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정부 또는 기관이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 문제는 가끔 당사자도 모르게 ‘의뢰’되고 방향이 결정된다. 최종 결정권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안보 문제가 논의되고 굴러간다면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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