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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트럼프 정부, ‘뜨거운 감자’ 주한미군 문제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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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3 14:30:00 수정 : 2018-06-03 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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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체제 보장을 놓고 ‘빅딜’을 시도한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김 위원장이 주한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요구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돼 있다.

트럼프 정부의 최고 책임자들은 그러나 한·미 동맹의 미래가 걸려 있는 주한 미군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군사 분야의 실질적 책임자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모두 주한 미군 문제에 대해 뉘앙스가 다른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북한이 주한 미군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불확실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은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김영철, 주한 미군 문제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찾아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90분가량 북·미 간 핵심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면담이 끝난 뒤 김 부위원장을 배웅하고 나서 기자들 앞에 섰다. 이 때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김 부위원장)가 주한 미군 병력 수준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점이든 물어보았느냐”고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많은 얘기를 했고, 제재에 관해서도 얘기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주한 미군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을 시인한 발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주한 미군의 잠재적인 감축(drawdown) 문제를 대북 제재 문제와 함께 논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개최된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기조연설 후 '남북관계 진전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있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은) 북한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있어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반대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 미군 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매티스 장관은 이날 “만약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 주둔군 수와 관련 이슈가 제기될 것이지만, 이는 오직 미국과 한국 간에 논의할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주한 미군 포함 동북아 주둔군 재편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국이 21세기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관여 범위를 확장하고 있고,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군은 인도-태평양에 머물고 있고, 우리의 이익과 이 지역의 이익은 뗄 수 없게 엮여 있다”고 말해 주한 미군 등의 재편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가진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모호한 태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뒤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때에도 어김없이 주한 미군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한 미국 기자는 “주한 미군 감축 문제가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의 일부가 될 경우 한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이 중국의 영향력에 노출될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시점에서는)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는 곧 현재 외교 현장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고, 오늘도 그렇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합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것은 지도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자유를 갖기 위해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제”라며 “(주한미군) 감축은 분명히 미 국방부의 이슈이니 오늘 얘기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 미군 문제가 한·미 간 논의할 사안이지 북·미간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는 거리가 있는 입장을 드러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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