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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아이들이 무슨 죄냐" VS "더 강화해야 "..담배 '혐오 그림' 시각 폭력

입력 : 2018-06-03 17:40:00 수정 : 2018-06-03 18: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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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계산대 앞은 담배 광고, 뒤 에는 혐오 그림 /편의점 계산대 ‘아이들 눈높이 담배 광고, 장난감으로 생각’ / 초등학생 호기심 유발 / 아이들도 쉽게 만질 수 있는 높이 / 구멍이 뚫린 후두암 환자의 그림…‘시각 폭력’ 지적 / ‘혐오 그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학교 주변에 버려진 담뱃갑. 흡연 폐해를 알려주는 경고 그림.

“학교 주변도 그렇고 주택가도 그렇고 편의점에 갈 때마다 내가 왜 그런 혐오 사진을 봐야 하는지 성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들까지 혐오감을 주는 사진을 봐야 하죠? 아이들도 수시로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걱정이 많아요.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흡연자들 고통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두 자녀는 둔 이모(35)씨는 오후 2쯤 부터정문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 가기 위해서다. 엄마를 본 아이는 거침없이 뛰어 엄마 품에 안겼다. 이 씨는 양어깨에 가방을 메고 손에는 아이들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들린다는 편의점. 이모씨는 편의점 들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고 했다. 입구부터 아이들 눈높이에 담배 광고와 계산대 뒤 혐오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그림이 인상을 쓰게 만든다는 것. 아이들 눈높이 담배 광고는 아기자기하게 귀엽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마다 아이들은 담배 모형을 만진다고 했다. “계산대 담배 광고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 아이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이고, 좁은 편의점 안에서 그렇게 현란한 광고와 담배 모형은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편의점마다 경쟁 하듯 좁은 계산대 주변에는 시선을 잡기 위해 각양각색의 디스플레이 광고나 모형 광고 등 담배 광고가 넘쳐난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하려고 시선을 자극하고 있다.

담배 애호가인 직장인 김모(34)씨는 담배 혐오 그림이 익숙해졌다고 했다. 남들이 볼까 봐 한동안은 딱딱한 담배 케이스에 넣고 사용했다. 김씨는 “딱딱한 담배 케이스가 옷을 망가뜨리고, 남들 시선도 익숙해져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혐오 사진도 매일 보다 보니 당연한 듯 느껴진다. 앞으로 더 자극적인 혐오 사진이 나온다고 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눈 높이에서 본 편의점 계산대 담배 광고와 혐오 그림.

◆ 담배 ‘혐오 그림’ 무덤덤..강화해도 금방 익숙해져 

김씨처럼 흡연자들이 혐오 사진에 대해 무덤덤해졌다는 반응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 12월 2억 9,000만갑이 팔린 이후 지난 1월 2억 8,000만갑, 2월 2억 4,000만갑이 팔렸다. 3월에 다시 2억 8,000만갑이 팔리며 평소 수준을 회복했다. 시행 초기에는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흡연자들이 혐오 그림이 익숙해지면서 효과가 무색해졌다는 얘기다.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17년 한해 34억 4,000만갑이었다.

복지부는 흡연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경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오는 12월 담배 경고그림을 기존보다 수위를 한층 강화한 그림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흡연자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세포 사진을 부착하는 등 경고그림을 강화하기로 했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는 강모(37)씨는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주변에서 담배를 빨리 끊어야 한다는 잔소리도 너무 많이 듣지만, 스트레스 푸는 데는 담배만 한 것이 없다며 한번 익숙해져 더 강화한다고 해도 무덤덤할 것 같다. 혐오 그림이 있다고 해서 담배를 안 피우는 것도 아니고, 담배에 관심 있는 사람 빼고는 혐오 그림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라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혐오 그림을 무시 한 채 지속해서 핀다는 것. 강 씨 말대로 혐오 그림을 거슬려 애써 가린 케이스나 스티커도 익숙해 져서 필요 없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혐오 그림을 가리는 무료로 나눠 쓰는 스티커, 일명 ‘매너 라벨’도 의미가 없어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회사에서 제작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판매 중인 담배.

◆ ‘비흡연자와 아동’…‘혐오 그림’ 시각 폭력

“이제 조금 무덤덤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온종일 인상을 쓰고, 집에서 쉴 때도 생각나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데는 피우는 사람만 볼 수 없나요?”

서울 성동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김모(24)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담배 그림이 익숙해졌지만 될 수 있으면 보지 않으려고 한다. 김씨는 “담배 그림을 볼마다, 괜한 짜증이 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애꿎은 피해자다. 편의점 입구 계산대 뒤 담배 진열대는 물론, 계산대 앞 캐릭터나 자연스럽고 요란한 광고 문구가 즐비하다. 계산대에 설치된 각종 요란한 담배 광고와 혐오 그림을 편의점을 이용할 때 마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35)씨는 “왜 혐오스러운 그림을 봐야 하냐 의문이 들 때가 많다”면서 “아이들에게 그런 혐오스러운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요? 취지는 공감하나 우리 같이 담배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그림을 까지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학교 반경 50m 내(절대정화구역) 편의점 및 슈퍼 등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재 40%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 29%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의 따르면 “아동들이 크게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담배(광고)에 상당히 노출돼 있다”며 “술 광고나 선정적⦁폭력적 영상물 등도 문제이겠지만, 자극적이면서도 혐오적인 메시지와 늘 마주칠 수밖에 없는 담배(광고)의 경우에서 정신 건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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