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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실시간 신원 확인… 사회 안전망 강화인가 '빅브라더' 출현인가

입력 : 2018-06-01 19:16:58 수정 : 2018-06-01 21: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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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안면인식 기술의 빛과 그늘 / 아마존·구글 등 기술 개발 적극 나서 / 범죄 수사·실종·납치자 파악 등 활용 / 테러 위협 대응 수단 주장도 설득력 /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식별당해 /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가능성/ 정확도 들쑥날쑥 도입 신중
# 지난달 19일 영국 해리왕자와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의 ‘로열 웨딩’에는 수백명의 유명인사가 초대됐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웹캐스트를 통해 결혼식을 생중계하면서 화면에 나오는 하객들의 얼굴 옆에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이름을 게시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닷컴’(아마존)이 개발한 이미지인식 프로그램인 ‘레코그니션’ 덕분이다.

# 영국 사우스웨일스 경찰은 지난해 6월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자동얼굴인식시스템’을 시험했다. 이 결과 오탐률이 92%에 달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17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이날 2470건의 경보가 울렸는데, 2297건은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얼굴을 인식해 신분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런 기술은 빅데이터 분석 및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의 발달로 실현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함께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정확도 탓에 공공부문에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T대기업의 안면인식 프로그램, 수사에도 활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시민자유연맹(ACLU)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에게 ‘레코그니션 판매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ACLU는 “아마존이 레코그니션을 오리건, 플로리다, 워싱턴카운티 경찰에 제공하고 있다는 문서를 입수했다”며 “아마존의 강력하고 위험한 이미지인식 프로그램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코그니션은 2016년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저장하고 태그를 입력하면 다른 이미지를 대조해 특정 인물을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레코그니션의 정확도는 이미지 해상도 및 데이터양과 관련 있는데, 선명하고 데이터가 많을수록 잘 식별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아진다.

미국에선 최근 올랜도와 워싱턴카운티 경찰이 지난해부터 레코그니션을 활용해 최소 30만명의 사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를 신원 확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용 모바일 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성 부족과 ‘빅브라더’ 논란

안면인식 기술이 널리 사용될수록 사생활 침해 논란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용자가 저장한 이미지를 활용해 인물을 탐지하는 기술이라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

ACLU는 “아마존의 레코그니션이 정부가 요주의 인물로 분류한 사람, 불법 이민자나 흑인운동가 집단의 사진, 대중집회나 공항 등에서까지 활용될 수 있다”며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정보보호 시민단체인 ‘빅브러더워치’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식별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레코그니션 사용은 장기적으로 개인정보 침해 사례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영국 스카이뉴스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계한 해리왕자와 미국 여배우 매건 마클의 ‘로열 웨딩’ 장면. 화면 속에는 영국의 유명가수 엘튼 존(오른쪽)과 그의 동성 파트너이자 캐나다 영화감독인 데이비스 퍼니시가 등장했고, 각각의 얼굴 아래에는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식별된 이름이 게시돼 있다.
스카이뉴스 모바일 화면 캡처

안면인식 시스템의 정확성이 여전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용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IT(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전문가들은 군과 경찰 등에서 사용한 시스템에 대한 규제나 감시가 거의 없고 작동원리에 대한 투명성도 없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마틴 에비슨 노섬브리아대학교 법의학 교수는 “만약 안면을 잘못 인식하면 완전히 무고한 사람을 의심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브러더워치 또한 “실시간 안면인식은 시민의 자유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부정확한 정책도구”라고 비판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일부 악용 가능성 때문에 신기술 사용을 금지하면,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각종 논란에도 활용 가능성 많아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CT(정보통신기술) 선도 기업들은 안면인식을 이용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휴대전화 제조 분야에서는 안면인식 기술 적용이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X’에는 3D 안면인식 기술인 ‘페이스ID’가 탑재됐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저가 스마트폰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안면인식 기술 활용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2012년 유럽과 캐나다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와이어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4월부터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재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안면인식 시스템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있지만 사회 안전 확보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공항과 대형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극 활용할 태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공항은 지난해 초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보안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했고, 네덜란드, 일본, 미국 공항에서도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초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3000여명에 달하는 실종아동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개인정보 활용에 제약 적은 중국…안면인식 정확도 높여

정부 영향력이 커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비판이 적은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 실용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홍콩의 인기 배우 겸 가수 재키 청의 콘서트장에서 경제사범으로 수배 중이던 장모(31)씨가 공안에 체포됐다. 청의 콘서트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에 장씨가 포착되자 공안이 즉각 장씨를 연행한 것이다. 당시 콘서트장에는 5만명이 넘는 관중이 있었지만 카메라는 장씨를 식별해냈다. 중국 언론은 중국의 안면인식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치켜세웠다.

중국은 2015년부터 안면인식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시진핑 체제를 존속하기 위해 사회 통제와 치안 강화를 강조한 결과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보유한 안면인식 시스템은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WSJ는 사건의 구체적 정황이 설명되지 않은 점을 들어 “중국 공안이 시진핑 지도부가 주력하는 국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이 사건을 크게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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