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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북·미 ‘세기의 담판’,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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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1 09:18:55 수정 : 2018-06-01 14: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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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부분 합의, 회담 장기화' 꼽아… 北 핵무기 완전 포기는 미지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열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판문점에서 동시에 진행된 예비회담 결과를 토대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세기의 담판’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앞다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AP 통신은 △북한의 일부 핵무기 양도 △제한적 동결(cap and freeze) △북핵 단계적 해체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미 간 끝없는 협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주한 미군 감축 등 북한의 승리 △회담 결렬 등 4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는 △엉성한 비핵화 선언 △북한 핵과 주한 미군 동시 감축 △회담 결렬 △북한의 비핵화 등 4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서 손 잡은 김영철·폼페이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논의를 위해 미국을 처음 방문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부분 합의, 회담 장기화’를 꼽고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기본 원칙에 합의하고, 현실적인 비핵화 일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는 거리가 먼 합의이다. 두 정상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을 후속 회담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북·미 간에 수개월, 수년이 걸리는 협상이 계속될 수 있고, 비핵화는 느린 속도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북·미간 회담이 이번 한 번으로 끝이 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자 간 회담뿐 아니라 정상회담도 몇 번 열려야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에도 기자들에게 “회담이 의미가 있길 원한다”면서 “그것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사진=연합뉴스
◆비핵화 알맹이 빠진 큰 그림 합의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관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개발 동결과 감축을 하되 핵무기와 핵 개발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고, 핵 프로그램을 진척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

북한의 이런 양보는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전제로 한다. 북한은 경제 제재 완화, 체제 보장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정상 국가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으려고 한다.

북한이 핵 개발 동결과 부분적인 감축을 보장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사라고 언론 매체 복스가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한·미 동맹 관계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빈손으로 회담을 끝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회담장에서 뛰쳐나오는 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트럼프 회담이 결렬되면 미국에 남은 선택은 군사 옵션밖에 없다고 경고해왔다. 트럼프 정부 내 매파가 북한을 향한 진군나팔을 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의 군사 옵션에 강력히 반대하고, 미국에서도 대북 선제공격에 따른 전면전 비화 가능성을 우려해 실제로 군사 작전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은 다시 대북 제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고의 시나리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합의를 하는 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 중에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이 체제 보장을 원하고 있지만, 최후의 체제 보장 수단이 핵무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언론 매체 복스는 “문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윤색했거나 지나치게 낙관론을 개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2년 내 핵무기와 핵시설 등을 폐기하지는 않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핵무기를 해체하는 과정을 밟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에 줄잡아 15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낸 공을 인정받게 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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