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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대형 크루즈의 정박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정차한 2층 관광버스에 들이닥쳐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유리창에 ‘관광업이 이웃을 죽인다’고 쓴 뒤 도망쳤다.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 자전거의 타이어를 터뜨리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인구 85만명이지만, 연간 관광객이 1800만명에 달하다 보니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다. 도시는 놀이공원처럼 변했다. 임대용 주택이 부족해 월세는 치솟고, 시내는 관광객들 때문에 늘 혼잡하다. 참다 못한 암스테르담 시의회는 최근 관광 규제안을 조례로 통과시켰다. 도심에서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업체) 영업을 금지했고, 시내 운하를 오가는 보트는 교외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대형 크루즈용 항만 건설도 백지화했다.

전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이른바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과잉 관광이란 수용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며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얼마 전 이뤄진 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의 6개월 잠정 폐쇄 결정도 과잉 관광 폐해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며 생활환경이 악화되자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종로구 삼청동·가회동의 올해 4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7369명으로 2011년(8970명)에 비해 17.8%나 줄었다. 같은 기간 종로구 인구 감소율 8.3%의 두 배에 이른다. 4월 말부터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는 주말마다 마을 입구에서 사생활 보호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북촌 곳곳에는 ‘제발 오지 말아주세요’,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글귀도 붙어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만 주민 불편은 커진다. 여행자에게 평생 가슴에 남는 추억도 누군가에겐 ‘지옥’이 될 수 있다. 관광에도 에티켓과 공생 노력이 필요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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