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脫석탄’ 세계흐름에 역행하는 한국금융기관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8-06-01 00:19:16 수정 : 2018-06-01 00:19: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주 나는 한국을 방문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물었다.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 중단이 “왜 안 되느냐(Why not)?”라고. 이는 사실 5년 전 내가 받은 질문이었다. 2013년 우리 스토어브랜드(Storebrand)가 매출에서 석탄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를 투자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사람들은 가장 먼저 “왜(Why?)”라고 물었다. 당시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800억달러(약 86조4000억원)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최대 개인연금 자산운용사로서 회원을 위해 안전하고 건전하며 재정적으로 미래가 밝은 투자를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이다.

석탄은 미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일상에서는 대기오염에 따른 비용을 발생시킨다. 지난해 말 기후변화가 초래한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국 의학저널 ‘랜싯 카운트다운: 공공보건을 위한 전 세계적 변화에 손놓고 있었던 25년’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매년 최소 16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 CEO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석탄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약화하고 있다. 석탄발전량은 크게 줄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지원한 인도 문드라의 초대형발전소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수은이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 7억달러를 투자했을 때만 해도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컸으리라 짐작된다. 당시 무역전문지 글로벌트레이드리뷰(GTS)도 이를 그해 최고의 거래로 꼽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 발전소는 미화 2센트(약 210원)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마저도 비싸다고 평가한다.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석탄은 더 이상 태양광·풍력발전과 가격 면에서 경쟁할 수 없게 됐다. 그 사이 에너지 시장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변모했다. 청정에너지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지만 구식 기술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위협이다.

5년 전 스토어브랜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보다도 먼저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리는 데 앞장섰다. 2년 전 마련한 스토어브랜드의 ‘화석연료 없는 펀드(Fossil Fuel Free Fund)’는 현재 76억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수익률은 약 40%에 이른다.

이제 더 많은 회사들이 저탄소 설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이달 초 일본 대형보험사인 다이이치 생명보험사가 일본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석탄에 대출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가 석탄화력발전소와 탄광에 대한 보험 담보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앞서 2주 전에는 영국계 대형은행인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석탄금융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석탄은 그 자체가 사양산업일 뿐 아니라 실패가 명백한 투자처다. 그런데도 한국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국내외 화석연료사업에 크게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국가다. 에너지 혁명을 이끌 잠재력이 충분한 나라가 최소한 이런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정부도 에너지 전환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투자 변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한국은 도덕적, 재정적으로 모든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다.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 CEO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