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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프] 취임 100일 맞은 이병호 aT 사장 “국산 농산물 자립기반 다지고 농가 소득 안정화에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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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1 03:00:00 수정 : 2018-06-01 16: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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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은 이병호 aT 사장 / “향후 남북 농업협력사업 대비 만전 / 우리 농산물값 세계적으로 비싼편 / 농업 구조 개선, 농정이 함께 풀어야 / 사람 중심 정책으로 삶의 질 높일 것 / 사회적 기업과 식품 中企 지원 강화 / 수출 시장 다변화·품목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산림분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하면 다른 분야의 협력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고질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과의 농업 분야 협력은 우선순위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쌀 220만t의 대북지원 업무를 수행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2월 취임한 이병호 aT 사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를 맡으며 남북공동 영농사업을 추진한 남북 농업협력 전문가다. 이 사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조심스럽지만 향후 남북 농업협력 사업이 추진될 경우를 대비해 aT가 대북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신(新)비전경영 선포식에서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한때 남북공동 영농사업 업무로 북한을 많이 드나들었다. 요즘 변하는 남북관계를 보면 감회가 남다를 텐데.

“과거 유신 때 데모를 하다가 붙잡혀 마산교도소에서 징역을 산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교도소에 조기가 걸려 의아해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사실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웃음) 어쨌건 요즘 드는 생각이 그때와 거의 같다. 북한이 저렇게 바뀔지 누가 알았겠나. 역사가 이렇게도 바뀌는구나.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의 시기다.”

―남북공동 영농사업이 진행됐던 당시의 상황을 듣고 싶다. 어떤 계기로 진행이 됐던 사업인가.

“김대중정부 후반부터 참여정부 시기에 했던 농업 분야 협력은 거의 지원사업이었다. 북한에서 쌀과 비료, 자재를 필요로했고 북한말로 비닐방막이라고 하는데 비닐하우스용 비닐도 원했다. 농업계에서는 일회성 지원 이상으로 근본적인 접근을 하자는 여론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왔고, 그 결과 통일농수산사업단이 만들어졌다. 금강산특구 인근의 삼일포·온정리·금정리 협동농장에서 소규모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 측에서 이를 확대하면 좋겠다고 했다. 참여정부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논의해 협동농장 11곳을 선정해서 3개년 계획으로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금강산 관광객의 식사나 금강산 백도라지·더덕·사과 등의 기념품 제작에 납품하기로 했다. 3년 이후에는 별도의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비닐하우스만 300동 이상을 지었고 농기계, 연료, 우리나라의 다수확 품종 종자도 보급했다. 그러던 중 결실을 막 보려 했던 3년 차가 2008년이었는데 당시 박왕자씨 피살사건 등 여러 일이 있었고 모든 문이 닫혀버렸다.”

―북한의 영농 상황은 어땠나.

“비료나 퇴비가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토양이 산성화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 쌀 생산량이 5t이 넘는데 당시 북한은 2t 정도였다. 비료와 퇴비를 뿌리고 우리 방제 시스템을 적용했더니 금방 생산량이 4t까지 올라왔다. 지금까지는 북한과의 농업 분야 협력이라는 것이 남북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보조 수단이었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본격적인 경협이 이뤄지면 남북의 강점을 살려 남북의 식량 문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한반도 전체의 공동농업 정책을 얘기하지 않겠나.”

―남북의 공동농업 정책이 진행된다면 농식품 수출 부문도 다른 부문 못지않게 활기를 띨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수식품 수출 부문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중국은 소득이 빠르게 성장하는 큰 시장이지만 자국의 농산물 신뢰는 떨어진다. 중국 변방 농업지대는 너무 많은 양의 농약을 써서 토양이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안한 점이 있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물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남북이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농업의 강점과 북한 농업의 강점을 살려 전체적인 한반도 농업지도를 그리고, 식량안보 문제나 수출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언젠가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고, 식량 지원 논의가 이뤄진다면 그때 aT의 역할은 무엇인가.

“집행 실무다. 예를 들어 쌀을 지원한다면 차량이나 선박 수배, 선적과 하역 등을 맡는다. 현재 쌀 수매·비축 업무를 공사에서 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한·중·일 비상 쌀 비축협정(APTERR) 및 식량원조협약(FAC)을 통한 해외원조 경험도 있기 때문에 대북지원 상황이 생기면 (aT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우리 농촌 얘기를 해보자. 여전히 농가들이 어렵다. 뭐가 문제인가.

“통계를 보면 농가 수가가 어느덧 100만호로 밑으로 떨어졌다. 농가당 소득이 지금 3700만원 정도인데 농업으로 얻는 소득은 1087만원밖에 안 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전체 농민들이 농업생산으로 얻는 소득은 10조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의 농업 예산은 지금 15조원이다. 우리 농산물값은 세계적으로 아주 비싼 편이다. 과일, 채소, 육류나 대부분 비싸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제일 물가가 높다고 느끼는 품목은 과일, 채소, 우유, 고기다. 2배 이상 비싼 걸로 느낀다. 저소득층이나 수입이 적은 청년층은 과일을 먹고 싶어도 비싸서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 농업인들은 생산비도 못 건진다고 하니 심각하다. 가락시장 사장 재임 당시 알아본 결과 중간 유통마진이 높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유통구조가 외국과 비교해도 비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 농업 구조가 뭔가 잘못돼 있는 거다. 우리 농정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대답해야 할 때다. aT에도 상당 부분의 과제가 있다.”

―그간 정부에서는 유통구조 간소화와 같이 유통 부분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구상한 다른 방안이 있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잘살고, 소비자는 싼값에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먹는 게 경쟁력을 키우는 거 아닌가. 그런데 결과는 이렇다. 문재인정부의 농정 핵심이 저는 그런 문제의식에 있었다고 본다. 저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지만 사람 중심의 농업정책으로 전환해 농가소득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직불제 중심의 농업, 로컬푸드, 공공급식, 생활협동조합 등을 좀 더 농정의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중심의 농업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규모화할 수 있는 농업은 규모화하고, 그렇지 않은 다수의 농업에 대해서는 유럽처럼 다원적 기능에 대한 직불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직불금으로 매달 50만원씩 100만 농가에 지원하면 6조원이다. 소득이 높은 축산농가 등을 제외하면 지원되는 금액은 이보다 적다. 소득이 보전되면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아도 된다. aT도 정부의 농정 기조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28일 aT가 신(新)경영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올해 aT가 창립 51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100년을 향해 그동안 공사가 수행해 온 주요 사업의 핵심가치와 전략이 새 농정의 흐름과 국민이 원하는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국민과 함께 열린 토론을 거쳤다.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aT는 앞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친다. 국산농산물의 자립 기반을 다지고 농가소득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살피겠다. 기업이 국산원료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사회적 기업과 중소식품기업의 지원을 강화하겠다. 수출시장 다변화, 신선농산물 등 수출품목 확대로 질적 성장도 추구하고자 한다.”

정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대담=박찬준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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