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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 입양인들이 돌아온다] "엄마 찾을 수 있을까요" 이정표 잃은 해외입양인의 뿌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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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1 14:27:44 수정 : 2018-05-31 14: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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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매화(37·여)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구로경찰서 인근을 홀로 맴돌았습니다. 1982년 덴마크로 입양된 신씨가 친생부모나 친척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35년 만에 한국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겁니다. 구로경찰서는 신씨는 자신의 과거 기록 중 맨 처음입니다. 그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작정 경찰서를 맴돌며 사진만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신매화씨 4살 시절 모습
신씨는 1982년 2월4일 서울 구로경찰서 앞에서 유기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후 서울시립어린이병원을 거쳐 5월14일 홀트아동복지회로 인계된 뒤 9월9일 덴마크로 입양됐습니다.

신씨의 덴마크 이름은 미아(Mia Shin Olesen). 신씨의 양부모는 신씨보다 한 살 많은 또 다른 한국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신매화씨 태어난 당시 사진
어린 시절 신씨는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지는 양측성 구순구개열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양부모의 정성어린 보살핌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부모는 신씨의 입양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줬다고 합니다. 그들은 “당시(1980년대)에는 장애(구순구개열)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수술시켜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친생부모가 입양을 택했을 것”이라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신매화씨가 어린시절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
양부모의 정성스러운 양육 속에 신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뒤 코펜하겐에서 한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국에 대해 궁금해 했던 신씨는 2009년 무렵 처음으로 뿌리찾기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일단 정보가 더 필요했기 때문에 홀트아동복지회에 메일을 보내 추가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제공받은 자료는 신씨의 양부모가 지니고 있던 것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유기상태로 발견됐던 터라 이후 정보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매화씨 현재 모습
결국 신씨는 입양된 뒤 처음으로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습니다. 입양기관과 중앙입양원, 구로경찰서,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등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특히 경찰서 방문이 처음이라 기대가 컸지만 “관련 문서의 보존 연한이 3년이라 과거 문서는 모두 파기됐다”는 답변을 듣고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7∼8월에 보통 쓰는 여름 휴가를 봄철로 앞당긴 겁니다.

신매화씨 어린시절 모습
지난해 방한의 주된 목적이 뿌리찾기였다면, 이번 방한은 대부분의 일정이 여행으로 채워졌습니다. 신씨는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 부산, 거제도, 경주, 진도 등 다양한 곳을 답사했습니다. 유적지와 자연환경, 도시풍경, 시골모습 등 다양한 한국의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신씨는 처음 한국땅을 밟았을 당시 심정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 편안하고 친근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는 한국인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살이던 신매화씨 모습
신씨는 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추가 정보를 얻거나 돌파구가 생기면 내년 여름쯤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입니다. 신씨의 뿌리찾기에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입양기록에 기재된 신씨의 번호는 ‘K82-1663’입니다. 1982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1663번째로 해외입양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1982년 한 해에만 신씨처럼 6434명이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1958년부터 2016년까지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인은 총 8792명에 달합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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