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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통일과 영구분단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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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1 00:02:28 수정 : 2018-05-31 0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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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입각/ 통일 추진은 대통령 고유 의무/ 현 정부 “인위적 통일 불추구”/ 3NO-4NO정책도 헌법 위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 제4조 통일 조항이다. 대통령은 또 헌법 제69조에 따라 취임 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헌법 제3조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대통령에겐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의무가 있다. 그것도 체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야 하고,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통일을 지향하지 않거나 통일 형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무를 해태하는 것이고,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다. 영토 범위는 한반도 전체와 부속도서로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한반도 통일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헌법 3조와 4조는 해석의 차이로 인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 누가 국정을 맡든 조항 그대로 지키면 된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그런데 진보계열 정부는 은근슬쩍 헌법 3조와 4조를 무시하거나 정반대로 질주한다.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정부는 북측의 무력도발 불용, 남측의 화해·협력 추진과 함께 ‘남측은 흡수 통일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말하면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충실하고 평화적 방법이면 독일식 합류 통일이든 흡수 통일이든 문제될 게 없다. 아니, 헌법 테두리 내 통일이다.

노무현정부는 어떠했나.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해 평화번영 정책을 펼친 노무현정부는 북한의 핵 불용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대한민국의 적극적 역할을 3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통일 관련 조항은 아예 없다. 외려 핵실험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도발이 계속 이어져 애초 내세웠던 평화 증진과 공동 번영은커녕 안보에 커다란 구멍만 만들었다.

문재인정부도 통일 문제 피해가기는 김대중·노무현정부와 대동소이하다. 통일부가 지난해 11월 정리해 발표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 설명 책자에 의하면, 2대 비전-3대 목표-4대 전략-5대 원칙에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만 눈에 띈다. 심지어 ‘상호 존중’ 항목 안에는 “북한 붕괴 불원, 흡수 통일 및 인위적 통일 불추구를 통해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잘사는 한반도를 추구한다”고 돼 있다. 통일정책 수립과 추진이 사명인 통일부가 통일을 않겠다는 ‘3노(NO)’ 정책을 자랑이라도 하듯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신베를린선언에서는 북한에 대해 적대·공격·붕괴, 흡수 통일을 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는 ‘대북 4노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오직 평화’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등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통일 선언에 가깝다. 급기야 올해 3월에는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분단관리론을 뛰어넘어 1민족 2국가 연방제나 영구분단론으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이는 ‘통일 추진’이라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에 명백히 반한다. 물론 통일을 거론한다고 통일이 금세 오는 것도, 통일을 부인한다고 올 통일이 안 오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헌법에 반하는 발언을 하고 정책을 펴는 진짜 이유는 뭘까. 과연 70년 독재와 굶주림, 인권 부재에 죽지 못해 사는 2500만 북녘 동포 생각은 안 해봤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통일을 추구하는 목적은 남북한 주민의 보다 나은 삶 아닌가. 지금도 중국과 동남아를 떠도는 탈북민과 북녘 동포들을 외면하고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미 검증된 1당 1인 독재 권력, 독재체제의 안전을 우리가 왜 보장해야 하나. 심지어 군사동맹국인 미국에 북한체제 안전을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게 정상인가.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통일과 영구분단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숙고할 때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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