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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밀밭 사이로 순백의 유혹… 온천수에 몸 담그니 ‘영혼 힐링’

입력 : 2018-05-31 10:00:00 수정 : 2018-05-30 20: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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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의 도시’ 아프욘
아프욘성 아래 세마(춤)를 추는 수피즘(이슬람신비주의) 수도자 조형.
으스파르타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아프욘(Afyon)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생소한 편이다. 지정학적으로 여러 문명이 거쳐 간 지역으로 무역이 발달했다. 손을 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 주인공 미다스 왕으로 상징되는 프리기아 문명이 번성한 곳이다. 

3000년 넘게 난공불락의 요새로 자리를 지켜온 아프욘성.
아프욘 성은 해발 226m 바위 위에 난공불락의 성채로 3000년 넘게 서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터키공화국의 독립전쟁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아프욘성 아랫마을은 수천년의 세월에도 현대식으로 변질되지 않고 옛 목조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수업을 받던 아이들이 창문을 열고 동양인들을 향해 환호한다. 아이들을 인솔하고 현장 교육을 하던 여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동양인 인증샷을 찍기에 바쁘다. 터키인들은 어디를 가나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아피온 성 아래 오래된 건물.
도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곳은 기원전 2002년 양귀비 씨앗이 발견된 아편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아프욘은 아편(阿片)에서 나온 이름이고 어원은 그리스어 오피움(Opium)이다. 지금은 당국의 철저한 관리 아래 모르핀을 생산하는 정도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길 연변에 흰 양귀비꽃을 매단 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밀밭 사이로 보이는 이 꽃밭은 흰 옷을 입은 ‘위험한’ 여인들의 광장 같다. 꽃 하나를 꺾어 줄기를 들여다보니 하얀 진액이 흐른다. 

아피온 외곽의 밀밭
아피온 교외 양귀비꽃밭.
현재 아프욘은 아편이 아니라 온천으로 더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터키 5대 온천도시 중 하나인데 이 작은 도시에 5성급 호텔만 11개에 이른다. 각 호텔마다 다양한 스파 시설을 갖춰놓고 관광객들을 맞는다. 1년에 해외 관광객들만 2만명 넘게 찾는다. 한국에서 온 기자들을 맞아 각 호텔들은 서로 자기네 시설들을 보여주기 위해 열성을 보였다. 한국의 보령 머드축제처럼 스파에서 진흙으로 몸을 감싸는 곳도 있고, 목욕 문화가 다양하게 발달한 역사를 증언하듯 현란한 각종 스파룸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방 안에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몇 걸음만 가면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아프욘 호텔의 온천 수영장.
터키식 목욕장 ‘하맘’(Hamam)은 로마제국의 목욕 문화와 이슬람 종교의식을 결합한 것이다. 목욕장 가운데 넓고 긴 관 같은 대리석 테이블을 세워놓고 달구어진 대리석 위에 사람이 누우면 마사지를 해준다. 아프욘은 하맘을 서구 온천 스파와 결합해 화려한 온천 리조트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온천수로 허리와 관절 질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대형 병원도 있다. 코가테페대(AKU)의 재활전문 물리치료 병원이 그곳인데, 터키 유일의 온천수 치료 전문병원이다. 수치료는 재활의학에서 보편적인 치료법이지만 물을 온천수로 사용하는 곳은 흔치 않다. 수치료요법은 120여년 전 독일의 크나이프 신부로부터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자연요법으로, 애초엔 미네랄이 풍부한 샘물을 이용했다가 온천수까지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아프욘에 노인들을 모시고 가면 잊을 수 없는 온천 효도 관광여행이 될 듯하나 장거리를 움직이는 일이 결정적인 장애다. 이번에 취재단은 인천을 출발해 이스탄불을 거쳐 아프욘까지 이르는 30여시간 무박여행을 했지만, 치료를 겸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쉬엄쉬엄 여유 있는 일정을 짜는 게 좋을 듯하다.

터키(아프욘, 으스파르타)= 글·사진 조용호 기자 jhoy@segye.com

◆ 가는길=터키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인천~이스탄불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10분 정도다. 이스탄불에서 으스파르타까지 육로로 이동하면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으스파르타’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시간10분. 안탈리아를 거쳐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안탈리아 공항에서 으스파르타까진 버스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이스탄불에서 아프욘으로 가려면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으스파르타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거리다. 이스탄불에서 갈아탈 항공편 대기 시간이 6시간 이상인 터키항공 국제선 승객 대상으로 터키항공에서 제공하는 이스탄불 무료투어를 활용해볼 만하다. 하루 2회(오전 9시∼오후 3시, 낮 12시∼오후 6시). 영어가이드 동반 버스 투어. 입장료, 식사(최대 두 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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