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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운동하며 권위 허물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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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9 21:31:13 수정 : 2018-05-29 2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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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체전 역도대회 출전한 창원지법 조현욱 판사 / 역도 85㎏급 안동시 대표로 출전 / 난생 첫 대회… 긴장 탓 아쉬운 성적 / 2014년 ‘크로스핏’ 매력에 푹 빠져 / 코치 자격증 따 동료 가르치기도 / 운동, 나와의 약속 실천하는 과정 / 내년 창원시 대표로 체전 재도전 “내년도 도민체전 역도대회 출전을 목표로 다시 한 번 준비해보려 합니다.”

얼핏 운동선수의 얘기로 들린다. 판사의 말이다. 지난달 제56회 경북도민체전 역도 일반부 85㎏급 대회에 안동시 대표로 출전해 4위에 오른 창원지법 조현욱(34·사법연수원 38기) 판사다. 그는 “난생 처음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긴장돼서 평소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 판사는 이 대회에서 인상 80㎏, 용상 100㎏을 각각 들어올렸다. 훈련하면서 세운 최고 기록(인상 95㎏, 용상 12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출전한 선수 대부분이 혈기왕성한 10∼20대임을 고려하면 ‘최고령’ 출전자로서 나름대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창원지법 조현욱 판사가 지난달 17일 생일을 맞은 아들 유준(3)군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현욱 판사 제공
운동을 즐기는 조 판사는 서울행정법원에 근무하던 2014년부터 ‘크로스핏’으로 꾸준히 체력을 길러왔다. 크로스핏이란 미국인 그레그 글래스먼이 고안한 운동법으로 심폐지구력과 근력, 유연성 등 10가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나 군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 여러 종목을 섞어 하는 게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주된 종목은 역도와 체조다.

조 판사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크로스핏 매력에 금세 빠졌다. 그는 “매번 달라지는 코스 운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재미가 있다”며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 100회, 스쿼트 200회를 최대한 빨리해 다른 사람보다 기록을 단축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승리에 대한 욕심이 있어 매번 시합하는 기분으로 운동하다 보니 더 흥미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친김에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까지 땄다. 2년 뒤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부임해선 동료 법관과 직원들에게 ‘크로스핏 전도사’로 나섰다.

“법원 구성원들한테 운동을 가르쳐 주면서 자연스럽게 동호회도 만들었습니다. 안동지원이 판사와 직원을 다 합쳐 60명 정도 되는데 15명가량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제가 수업을 진행했죠. 그렇게 1년 정도 운동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운동 강도를 좀 더 높이고 싶었던 조 판사는 경북역도연맹을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다. 역도연맹 김동필 전무는 조 판사에게 “안동에 중?고등부 역도부가 있는데 학생들과 운동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마침 역도에 관심을 보이는 의사 등 다른 직장인도 4명 더 있어 역도동호회를 꾸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운동을 함께했다.

“실력이 쉽게 늘진 않았지만 초반 6개월간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인상 95㎏에 용상 115㎏까지 들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정도면 도민체전에서 3등을 할 수 있는 실력이거든요. 주변에서 ‘6개월 해서 이 정도 늘었으니 1년 하면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면서 대회 출전을 권유했던 겁니다.”

올해 초 창원지법으로 옮긴 조 판사는 내년엔 창원시 대표로 도민체전에 재도전할 생각이다. 벌써 크로스핏 박스에서 몸 만들기에 한창인 그는 새 근무지에 어느 정도 적응한 만큼 다시 역도를 하기 위해 역도연맹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조 판사는 네 살배기와 태어난 지 3개월 된 두 아들의 아빠다. 운동도 좋지만 바라만 봐도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두 아이와 보내는 시간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당연히 주말에는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재운 뒤 1시간가량 혼자 운동할 때도 있다. 조 판사에게 운동은 자신과의 싸움인 동시에 ‘홀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처럼 다가서기 어려운 법관이 되지 말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권위적이거나 다가서기 어려운, 국민과 별개인 법관으로 남고 싶지 않아요.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법관이 되고 싶습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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