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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 되고 싶다면 영웅 돼라"…마크롱의 '선심'

입력 : 2018-05-29 16:38:09 수정 : 2018-05-29 16: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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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벽에 매달린 어린이를 구한 프랑스의 '스파이더맨’이 화제가 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반(反)이민적 태도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 온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불법 이민자 마무두 가사마(22)는 28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제궁을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사마에게 프랑스 시민권과 영웅 훈장을 수여하는 한편 소방서에 일자리까지 제공했다.

이는 가사마가 지난 26일 파리의 한 아파트 외벽에 매달린 어린이를 구조했기 때문이다. 가사마는 영화 속 '스파이더맨’처럼 맨 손으로 벽을 기어 올라 어린이를 구출했고 이 광경을 찍은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돼 화제가 됐다.

가디언은 가사마의 사례로 이민자가 프랑스 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증명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특별한 일을 해내는 이민자만 프랑스 국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지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가사마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부르키나파소나 말리 등 아프리카 출신의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신은 특별한 일을 했다"며 "모두가 감탄할만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마크롱은 기자회견에서 "매우 예외적인 행동이 정치를 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인도주의자’를 자처한 프랑스의 대통령으로서 날로 선명해지는 프랑스 내 반이민 정서를 공고히 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달 이민자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월 승인한 이 법안은 망명 신청자와 경제적 목적의 이민자를 보다 쉽게 분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1년 정도 소요되는 난민 승인 절차를 6개월로 단축하고, 프랑스 당국 결정에 망명 신청자가 항소할 수 있는 기간도 한달에서 보름으로 축소한다.

특히 서류 미비 이민자를 관련 기관에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45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 한편 경찰에 지문 채취 권한을 부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은 다음달 상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파트릭 바일 프랑스 헌법 및 이민정책 전문가는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했을 당시 워싱턴포스트(WP)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이민자의 영웅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은 정반대"라며 "망명 신청자가 실제로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이 훨씬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에서 18년 간 거주했다는 영국의 언론인 겸 작가 스티븐 풀은 가디언에 "경찰이 거리에서 불심검문을 위해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것을 정기적으로 목격했다"며 "그런 일은 황인종이나 흑인에게만 일어났다"고 기고했다.

이어 "가사마가 어린이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도 프랑스에서 그런 일을 당하며 살았을 것"이라며 프랑스 전반에 확산한 반이민 정서를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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