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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서두르는 은행권…부작용 우려도

입력 : 2018-05-25 20:19:25 수정 : 2018-05-25 2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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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범 보여라’ 요청 받고 준비 분주 / 기업은행, 앞장서 “조기 도입” / 3월부터 TF 꾸려 방안 연구 / 농협도 “7월 전체직군 적용 노력” / 우리·씨티 등도 세부논의 진행 / ‘워라밸’ 기대속 부작용 우려
금융권에도 ‘주 52시간 근무’ 시행이 코앞에 닥쳤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은행권을 상대로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선제적 도입을 촉구하자 시중은행들이 연내 시행을 목표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금융업은 당초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은행업종 간담회에서 “은행이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7월부터 전격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은행권 내에서는 올 하반기 내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기업은행은 ‘탄력근로제’ 및 ‘유연근무제 확대’ 실시 등을 위한 인사제도 개편과 조직문화 개선작업에 나섰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취임 초부터 “야근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우대받지 못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주부터 관련 TF를 꾸려 ‘전산팀’, ‘국제협력’ 등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부서들의 인력운영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측은 이날 “이르면 올 7월부터 모든 직군에 대해서 예외 없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주 52시간 정착을 위해 지난해 채용인원(250명)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을 연내 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PC오프제도(퇴근시간이 되면 PC가 자동적으로 꺼지는 제도)가 이미 노사 합의하에 단계별로 진행 중이고,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하여 세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산별협상 논의 결과에 따라 진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은행권에서는 주 52시간제 근무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펴고 있다. 직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증진과 고용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서둘러 추진하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직원 복지를 해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날 금융권 관계자는 “예외직무(자본시장, 전산부서, 외국인 상대 부서)를 두고 상황에 맞게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좋을 텐데 서로 먼저 도입한 것을 자랑하기 위해 무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오히려 회사 PC가 꺼진 상태에서 근로자 개인 PC로 초과업무를 하고, 초과근무수당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항 지점처럼 업무시간에 은행을 찾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운영시간을 늘린 지점들도 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장기적으로 인력 충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채용 이후에도 적어도 6개월~1년의 훈련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각 지점들에서 업무 마감시간(오후 4시) 넘어서 찾아오는 고객들의 편의를 봐줬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이런 탄력적 운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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