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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용하고 있다·화질 좋다"…소름 돋는 몰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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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6 09:00:00 수정 : 2018-05-29 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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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몰카공화국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몰카 구입 시도해봤더니
회사원 정모(33·여)씨는 대학생 때 겪었던 일 때문에 지금까지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를 꺼려한다.

10년 전인 대학생 시절, 김씨는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같은 건물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에 갔다. 여러 칸의 화장실이 있었고 무심결에 첫 번째 칸 문을 여는 순간 휴대전화를 들고 쪼그려 앉아있던 남성을 발견했다.

그 남성은 김씨와 눈이 마주치자 “죄송합니다”라며 뛰쳐나갔고 김씨는 너무 놀라 심장이 콩닥거리던 그 순간이 아직까지 생생하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뒤로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옆 칸이 비어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다양한 몰카 범죄 기사를 접하면서 낯선 장소에서는 혹시라도 몰카가 있진 않을까 주변을 찬찬히 살펴본다”며 “이런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이 몰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몰카 범죄와 관련된 해결을 바라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일부 대학 남자 화장실의 몰카 영상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난 14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데이트 폭력을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며 “수사 관행이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찾아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다양한 몰카의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고 온라인 매장에 올라온 ‘잘 사용하고 있다’는 후기는 충격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몰카에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의 판매에 대한 규제보다는 몰카 범죄에 대한 단속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자상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의 폐쇄회로(CC)TV 전문점에서는 가지각색의 초소형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버젓이 ‘몰래카메라’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기도 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법까지 설명해주는 판매자들

문 대통령이 몰카 문제를 강조했지만, 카메라를 취급하는 수많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몰카가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상가. ‘몰래카메라’와 ‘몰카탐지기’ 간판을 내건 판매점이 즐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매장에 가서 “몰래카메라 보려고 한다”고 말하자 판매자는 친절히 매장 안쪽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판매자는 몰카만 따로 진열해둔 공간에서 ‘볼펜형’ ‘보조배터리형’ ‘USB형’ ‘단추형’ 등 다양한 몰래카메라들을 보여주며 “들고 다니기엔 USB가 좋고 그냥 둘 때는 볼펜이나 보조배터리가 좋다”고 추천했다.

다른 매장에는 따로 몰카가 진열돼 있진 않았지만, 몰카를 찾는다고 하자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몰카를 꺼내 보여줬다. 판매자는 가격이 비싸질수록 티가 안 나는 몰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조언도 해줬다.

마지막으로 찾은 매장에서는 물어보기도 전에 판매자가 먼저 능숙하고 친절하게 몰카 촬영법까지 설명해줬다.

현행법상 몰카에 사용되는 초소형 카메라 등을 판매하거나 구입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전무해 누구나 쉽게 몰카를 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즉 현행법상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도 전파법상 ‘적합인증’과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상 ‘안전확인’만 받으면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에게 제품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 사용하고 있다”…소름 돋는 몰카 사용 후기

몰카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같은 날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 ‘몰래카메라’ ‘몰카’ ‘초소형카메라’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자 몰카 판매를 암시하는 소개 글의 쇼핑몰 목록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었다.

검색 결과 나온 몇 군데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사이트의 첫 페이지에는 ‘볼펜형 카메라’ ‘시계형 카메라’ ‘안경형 카메라’ ‘USB형 카메라’ ‘차키형 카메라’ 등 몰카들이 종류별로 분류돼 있었다. 한 사이트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USB형 몰카를 사은품으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상품 상세 설명에는 “눈치챌 수 없는 완벽한 디자인” “완벽하게 위장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상품 후기에는 “여름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구매했다” “잘 사용하고 있다” “화질 좋다” 등 소름 돋는 후기들이 남겨져 있었다.

구입 절차도 간단했다. 이름, 주소, 연락처만 있으면 회원등록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주문이 가능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진 누구라도 손쉽게 몰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단속 강화로 몰카 범죄 미연에 방지해야”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몰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피해는 심각한 상황에서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 몰카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초소형카메라 제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 판매 자체를 규제할 법 규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지 도구 자체는 잘못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초소형카메라의 판매·소지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잠입 취재, 집 방범용 등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 초소형카메라가 필요한 곳이 있다”며 “부엌칼이 살인에 사용된다고 해서 모든 부엌칼을 팔지 못하게 하자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몰카 설치 가능성이 높은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제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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