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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與는 與답게, 野는 野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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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4 21:30:52 수정 : 2018-05-25 0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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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

최근에서야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글귀를 봤다. “청와대는 청와대답고, 여당은 여당다우며, 야당은 야당답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2014년 10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꺼냈던 말이었다.

송민섭 정치부 차장
당시 문 위원장은 ‘견제와 균형’ 원리에 입각한 각 정치주체의 바람직한 역할론을 설파했다. 대통령에겐 소통·통합의 리더십을, 여당에는 책임의 정치를 주문했다. 제1 야당을 이끄는 입장에서 건설적인 대정부 비판도 다짐했다. 안보와 민생 문제에 관한 한 ‘대결과 대립’보다는 초당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3년7개월이 흘렀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여야 처지도 뒤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걸맞게 여의도 정치 문화가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당장의 구태 정치 비판의 화살은 제1 야당으로 향한다. 당 대표를 위시해 자유한국당이 보수 정당으로서의 면모보다는 수구·적폐 세력 이미지만 쌓아가고 있는 탓이다. 당 안팎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자초했으면서도 반성은커녕 반목과 분열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편 가르기’와 ‘남 탓하기’에서는 여당도 야당 못지않다. ‘통 큰 정치’를 내세운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는 출범 2주 만인 24일 야당들의 집단 반발에 곤욕을 치렀다. 대통령 개헌안 표결과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밀어붙였다가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했다. 청와대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지는 여당의 모습은 예전 새누리당이나 지금의 민주당이나 ‘도긴개긴’이다. 민주당은 올 초 개헌안부터 추가경정예산안까지 ‘청와대 거수기’ 역할만 자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지는 못했다.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는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청와대가 앞장서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의 정치” 등 국민의 국회 불신을 부추긴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정치인들 필독서로 꼽히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는 훌륭한 정치인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을 든다. 경계해야 할 정치 행위는 ‘객관성의 결여’와 무책임이다. 문희상 의원은 이 대목을 일컬어 “자신의 결정과 행위가 불러올 결과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뒤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개혁이 대통령의 신념이나 옳은 길이어서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어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을 이끌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갓 1년 지났다. 문 대통령이 4년 뒤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봉하마을을 다시 찾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물론 그 성공의 출발은 협치에서 비롯한다.

송민섭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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