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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짐승 같은 김주혁, 강렬한 작별인사

입력 : 2018-05-24 20:58:54 수정 : 2018-05-24 2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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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시장 거물 진하림 역할 열연/ 살벌한 카리스마로 스크린 장악
지난해 10월 홀연히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사진). 수년간의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때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가 작업 중이던 영화는 세 편이었다. ‘흥부’는 지난 2월 개봉했다. 김주혁은 극 중 어질고 덕망 높은 양반이며 ‘흥부전’의 모델이 되는 조혁을 연기했다. 현빈, 장동건 주연의 ‘창궐’에는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해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따라서 22일 개봉한 ‘독전’은 김주혁의 연기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진짜 마지막 유작이다. 이해영 감독의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조직의 실체를 두고 독한 자들이 벌이는 전쟁을 그렸다. 김주혁은 아시아를 주름잡는 조선족 출신 마약시장 거물 진하림으로 변신했다.

‘김주혁의 인생연기’, ‘필모그래피 중 가장 강렬한 비주얼’이란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폭탄을 맞은 듯 하늘로 솟은 머리에 약에 취해 퀭한 눈빛, 속옷 위에 가운만 걸친 모습의 파격적인 등장…. 이렇게 불량한 김주혁은 처음이다. ‘공조’와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의 김주혁이 차갑고 샤프한 악역이었다면, 독전의 진하림은 불덩이가 이글거리듯 들짐승 같은 악당이다.

주인공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이 마약상으로 위장해 진하림의 방을 찾는 장면은 이 영화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다. 상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거래하는 진하림의 살벌한 카리스마가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독전’은 잡고자 하는 자의 필사적 의지와 살고자 하는 자의 처절함이 영화의 중심을 잡는 원작(홍콩 영화 ‘마약전쟁’)과 달리,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사운드를 빼면 뚜렷이 남는 것이 없다. 하지만 김주혁의 강렬한 작별인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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