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특히 회담 타결 직후에 북·미 양측이 취해야 할 조치를 우주가 폭발하듯이 일거에 단행하는 ‘빅뱅식’ 접근 방법을 제시했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난 뒤 제시했던 ‘단계별 동시 이행’ 방식에 대한 맞대응 카드였다.
손 잡은 두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에 요구했던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단계적 폐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식에 대해 “일괄타결이 좋을 것이나 그렇게 되어야 할까”라고 반문한 뒤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일괄타결 방식에 변형을 가할 것을 시사했다.
형식은 바뀔 수 있지만, CVID라는 북핵 협상의 전제는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일부 핵무기의 해외 반출, 핵 시설의 부분 해체, 조기 사찰 수용 등 과거에는 합의 이행의 마지막 단계로 잡아 놓았던 조처를 상징적으로 미리 단행할 것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북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의 ‘선물’ 목록을 제시하고 “그(김 위원장)는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수조 달러를 투입해 놀라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듯이 이번에는 북한이 잘살 수 있도록 미국이 한국, 일본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설명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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