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때묻지 않은 신비의 섬…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힐링

입력 : 2018-05-25 10:00:00 수정 : 2018-05-23 20:55: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후아히네(Huahine)
크루즈에서 셔틀 보트를 타고 도착한 후아히네섬 선착장에는 오전 관광을 마치고 귀환하는 승객들이 줄을 지어 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긴 여정의 피곤함 때문인지 지난밤엔 푹 잠들었다. 잠든 사이 크루즈는 남태평양의 밤바다를 조용히 미끄러져 나가 첫 목적지인 후아히네섬 인근에 이르렀다. 큰 바다를 떠다니는 오션 크루즈처럼 커다란 선박이 아니어서 약간의 파도를 느낄 수 있었지만 마치 요람을 흔드는 듯 편안한 흔들림이 오히려 기분 좋았다.

발코니에 나서니 이른 아침인데도 흰 구름을 품은 하늘에서 강렬한 햇살이 쏟아진다. 햇살을 받은 푸른 바다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한참 동안 햇살을 즐기다 식당으로 향했다. 룸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되지만 첫날의 아침 식사를 햇살이 쏟아지는 갑판 위에서 즐기고 싶었다. 낯선 승객들과 미소를 담은 눈인사를 나누고 갑판 위로 향하니 형형색색의 과일과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간단한 음식과 과일로 아침 식사를 즐긴다. 파란 하늘 아래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 위에서 아침 식사를 하니 휴가 기분이 물씬 느껴진다.

아침 식사는 이른 아침인 오전 6시30분부터 제공되고 첫 기항지인 후아히네는 오전 8시 도착 예정이다. 작은 섬에는 크루즈가 기항할 수 있는 접안시설이 없어서 크루즈에서 섬까지는 셔틀 보트가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기항지로 이동하는 첫 셔틀 보트는 오전 8시30분이고 돌아오는 마지막 셔틀 보트는 오후 4시30분이니 여유를 갖고 섬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소시에테 제도의 일부인 후아히네섬은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175㎞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북쪽 큰 섬과 남쪽 작은 섬이 다리로 연결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후아히네라는 이름은 타히티 단어인 바히에(vahine·여자)의 변형으로 임신한 여자의 윤곽을 닮은 산등성이를 가리킨다. 다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라이아테아, 보라보라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작은 공항이 있어 크루즈가 아니더라도 타히티에서 40분 걸리는 비행기를 이용해 섬을 찾을 수 있다. 후아히네는 다른 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화되지 않아 폴리네시아의 뿌리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다. 고대 유적지와 원시의 자연이 보존돼 있으며 아직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폴리네시아인들을 만날 수 있다. 섬에는 6000명의 사람이 8개 마을에 살고 있으며 옛 왕족의 중심지였던 마에바(Maeva) 마을에서는 어떤 문명으로부터도 침범받지 않았던 원시의 과거를 경험해 볼 수 있다. 깊고 맑은 바다의 산호초들이 후아히네의 두 섬을 감싸고 있어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맑고 투명하면서 잔잔한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모래 해변으로 지친 심신을 힐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아침 식사 후 투어 데스크에 들러 선택관광을 예약했다. 오전 예약은 벌써 찼고, 오후 섬 일주 관광 자리가 다행히 남아 있었다. 문득 전날 나누어준 관광안내서를 읽고 고민하다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혹여 남은 일정 동안 예약이 꽉 차 선택관광을 놓칠까봐 객실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며 다른 날의 관광일정까지 예약을 했다. 선택관광안내서는 다양한 연령대 승객들을 위해 체력 소모와 난이도까지 고려해 안내되어 있어 자신에 맞는 투어 일정을 예약하기 용이하다. 후아히네에서는 4륜차를 타고 코코넛과 바닐라 농장, 열대 정글 내부를 탐험하기로 했다.
후아히네섬의 코코넛, 바닐라 농장, 열대 정글의 내부를 탐험할 4륜차.
투어를 앞두고 강당에서는 폴리네시안 원주민인 크루즈 스태프가 폴리네시안 삶과 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숄의 어원인 파레오(pareo)를 입는 방법을 알려주며 경험을 나누고 있지만 파레오만 한번 둘러보고 오후에 예약한 선택관광을 나설 준비를 서둘렀다.

셔틀 보트를 타고 설렘을 안고 도착한 선착장에는 오전 관광을 마치고 귀환하는 승객들이 줄지어 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은 강렬한 태양에 벌겋게 익었지만 머리에 꼽거나 손에 든 꽃들처럼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서둘러 차량에 나누어 타고 도로를 따라 짙푸른 녹색의 숲으로 들어선다. 고대 사원인 마라에 이르니 가이드가 이곳이 타히티 왕족의 고향이자 폴리네시아 문화의 요람이라고 설명한다. 섬에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고대 사원 마라가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서기 700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후아히네섬에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고대 사원 마라가 있다. 섬은 타히티 왕족의 고향이자 폴리네시아 문화의 요람이다.

 
바닐라 농장. 바닐라는 16세기 초 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진 향신료다.
차량이 아베아 베이(Avea Bay)의 하얀 백사장에 이르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코발트색 바다가 산호초에 잠시 쉬어가며 잔잔하고 투명한 푸른 호수처럼 느껴진다. 야자수 아래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바닐라 농장에 이르러 생전 처음으로 야생에서 자라는 바닐라를 경험해 봤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바닐라는 16세기 초 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진 향신료다. 여러 음식에 사용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19세기 프랑스 사업가들이 해외 식민지에 바닐라 농장을 만들었다. 현재도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바닐라 소비국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잠시 생활하면서 바닐라를 즐겨 사용해 보았지만 직접 재배되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후아히네는 다른 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화되지 않아 고대 유적지와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현지인들도 후아히네를 ‘비밀의 섬’, ‘진정한 섬’, ‘외딴섬’ 등으로 부르며 타히티에서 가장 그림 같은 섬이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반나절의 감상이었지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를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야자수 아래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후아히네섬 아베아 베이의 하얀 백사장에 이르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코발트색 바다가 산호초에 잠시 쉬어 가며 푸른 호수 같이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풍부한 고대 역사와 신화들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후아히네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관광지다. 곳곳에서 수중동굴을 탐험할 수 있고 낚시와 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매혹적인 섬이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다시 셔틀보트에 올라 크루즈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꼭 섬에 머물며 후아히네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겠다는 아쉬움을 섬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보트에 올라탔다. 
풍부한 고대 역사와 신화들이 뒤섞인 후아히네를 뒤로하고 크루즈로 향하는 관광객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