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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 대통령, ‘띄워주기’로 트럼프 ‘조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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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3 11:13:16 수정 : 2018-05-23 12: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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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 정상회담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북·미 회담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북·미 회담에서 발을 먼저 빼려고 한 측은 북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북한의 태도에 분노를 표시하면서 이 회담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할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달래려고 동원한 전술은 ‘아부’(flatter)였다고 미국의 언론 매체 ‘쿼츠’가 이날 보도했다.

◆정상회담의 양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애 성향이 강해 ‘나르시시트’로 통한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불가피하게 환심을 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는 12, 13초 마다 한 번씩 아부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도자마다 트럼프 대통령에 먹힐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로 떠올랐고, 그가 동원한 비결은 ‘뜨거운 포옹’이다. 한때 ‘베프’ 자리를 차지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부’와 함께 ‘선물’ 공세를 편다. 아베 총리는 금으로 장식된 골프채를 트럼프에게 선물했었다.

◆문 대통령의 트럼프 다루기

문 대통령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잘 다루는 ‘모델’로 등극했다. 쿼츠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사용법의 교과서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추켜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왔을 때도 그 공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특유의 ‘띄워주기’ 전술을 동원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 전 미니 기자 회견에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것은 세계사에서 엄청난 대전환이 될 것이며 그 엄청난 대전환의 위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저도 거기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미 간 여러 합의가 있었지만, 정상 간 합의가 도모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이며 더구나 그 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이며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끌어냈다”고 칭송했다.

쿼츠는 “문 대통령이 동원한 이 전술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화답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다른 시각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는 이전에 매우 강경한 정권들이 있었고 지금은 문 대통령이 있다”면서 “그는 매우 유능하고 역량이 있는 사람이고,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단지 북한이나 한국이 아니라 전체 한반도를 위해 좋은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문 대통령을 엄청나게 신뢰하고 있다”면서 “지금 그가 하는 방식은 우리가 합의를 이루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문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좋은 사람이고,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면서 “난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한국으로선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다가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을 해 주겠느냐”고 부탁한 뒤 문 대통령을 보면서 “나 잘했느냐. 더는 더 좋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A+(플러스) 점수를 준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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