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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북·미 협상 성공 바라는 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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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2 23:38:09 수정 : 2018-05-22 2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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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쌀값 하락 악순환 계속/ 정부, 시장격리조치 효과도 한계/ 비핵화 타결 뒤 유엔 제재 풀리면/ 대북 쌀 지원 … 남한 쌀 수급 도움 쌀농사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풍년이 들었다.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들판은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이자 보상이지만 농업인들은 마냥 기뻐할 순 없다. 쌀값 하락으로 이어져 손에 쥐는 추곡수매 결산표가 초라해진다. 쌀 가격이 불안정하면 당국의 고심도 깊어진다. 15일 기준 산지 쌀값(80㎏)은 5월이 17만2608원이다. 2014년 2월 17만2764원 이래 가장 높다. 다소 이상한 쌀값 상승 흐름은 정부의 과감한 대응 덕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풍년 여파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산지 쌀값이 12만원대로 추락하자 지난해 9월 37만t을 시장격리 조치했다. 초과 생산량 예상분(25만t)의 150%에 육박한 물량이 정부양곡창고에 들어가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그렇다고 최근의 쌀 가격 흐름에 정부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쌀 시장 격리조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 지난해 61.8㎏까지 떨어졌다. 쌀 수요 감소는 가격 하락의 주원인이다. 정부가 쌀 공급 과잉을 막고자 도입한 쌀 생산 조정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이 제도는 벼농사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논 1㏊당 보조금 340만원을 2년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목표치 5만㏊의 75%밖에 신청하지 않았다. 쌀값 상승이 쌀 포기 신청을 망설이게 했다. 게다가 올여름 태풍 없이 6년째 풍년을 만나면 쌀 과잉 공급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박찬준 사회2부장
쌀값을 지지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초과생산된 쌀을 사들여 시장에 풀지 않고 정부양곡창고에 쌓아둔다. 이렇게 시장격리에 들어가는 가공료, 보관료, 상·하차료, 운송료 등 각종 조작비가 지난해 2200억원이나 됐다. 당시 정부양곡창고에 격리된 물량은 180만t이었다. 올해는 3월 말 기준 226만t이나 보관돼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하는 적정보관 물량(80만t)의 3배에 육박한다. 단순 계산해도 27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다. 여기에 장기 보관에 따른 쌀 가치 하락과 금융비용 등을 합치면 6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절차를 마무리해 지난 21일까지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4개국에 쌀을 원조했는데 물량이 고작 5만t이다. 운송비, 현지 분배비용을 합쳐서 국제가격 기준 460억원어치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국내 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차제에 과잉생산→가격하락→시장격리조치의 악순환을 끊을 묘안을 찾아야 한다. 농업계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하는 모양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타결돼 유엔제재가 풀리면 북한 쌀 지원사업을 선순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고려한 인도주의적인 일인 데다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하는 등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 FAO는 올해에도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5세 미만 어린이 28%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이고, 4%는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FAO는 지난 3월 북한이 수입하거나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으로 채워야 할 식량 부족분은 약 46만t에 달하는 것으로 봤다. 대북 쌀 지원은 남한의 쌀 수급에도 도움이 된다. 농민단체는 북한에 40만t 이상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40만t을 북한에 지원하면 국내산 쌀값이 80㎏ 가마당 7000~8000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확기 쌀값이 1000원 떨어질 때마다 쌀 변동직불금이 약 350억원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 28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에 쌀을 보내면 정부비축물량이 줄어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쌀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결과까지 거머쥔다. 최근 북한의 발언이 심상치 않아 농업인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북한의 체제보장이나 비핵화 방식을 놓고 남한과 미국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협상을 조율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9.9% 성사’를 예상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핵 폐기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기를, 추수가 끝나도 쌀 가격 폭락에 멍든 농심(農心)은 간절히 소망한다.

박찬준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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