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52시간 정말 지켜질까-하] 부작용 우려하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입력 : 2018-05-26 13:00:00 수정 : 2018-05-22 14:40: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에서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는 40만9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현재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4000원을 벌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2시간 단축 근무 시행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야근·특근은 9.4시간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월 평균 수입 변화는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제조업 종사자의 소득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전국 직장인 1만2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4.3%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률 14%를 더하면, 응답자 절반이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탄력 근로제는 특정 기간 내 평균 근로 시간만 지키면, 주간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예를들어 이번 주에 80시간을 일해도 다음 주에 24시간 이하로 일하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탄력 근로제를 2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노사가 합의하면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최대 1년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현행법에 규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 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엄격해 활용이 어려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시급히 추진돼야

정부 산하 한 연구기관도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 대한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기연구원은 "대기업과 거래할 때 애로 사항으로 '납기 단축 촉박'을 꼽는 비중이 34.1%에 달하는 게 국내 중소기업계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계절적인 변수 등을 흡수할 수 있도록 탄력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해 근로기준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2003년 주 40시간 도입과 함께 제정한 뒤 15년동안 큰 변화가 없는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도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연구원 측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인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실질적인 후속대책 내놓아야…'사후 땜질'식 처방 더는 안돼

기업들은 속속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7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의 근무 형태로는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고, 기업들이 요구해온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도 이달 23일부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유연근무제는 코어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중심으로 부서별, 개인별 직무에 맞게 오전 7시30분에서 오전 9시30분까지 자율적으로 출근시간을 정하고, 지정 근무시간 이후에는 자유롭게 퇴근하는 방식이다. 사측은 유연근무제 시행을 통해 업무 집중도는 높이고 불필요한 초과 근무를 축소,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주 52시간 근무제 정식 도입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오전 9시 이전과 오후 6시 이후에는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는 직원은 오후 7시까지 창구업무를 마무리하는 2교대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자율출퇴근제 도입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오후 7시 이후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정시 퇴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1년 유예 기간을 단순히 형식적인 개념에서의 근무시간 단축이 아닌, 임직원의 인식 전환을 위한 시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확대하자는 당국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경쟁력은 물론 산업 생태계, 나아가 기업 존폐까지 좌우한다면 신중을 기해야한다. 실제 예상보다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후속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예외 업종 추가에서 유연근무제 시간 확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개선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정부는 시행 이후 실태조사를 거쳐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후 땜질'식 처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