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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10년 만의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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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1 23:25:52 수정 : 2018-05-21 23: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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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하며 터진 금융위기 / ‘아르헨티나 사태’는 전주곡일 뿐 / “경제 괜찮다” 강변하는 靑 / 정치구호로 위기 막을 수 있나

웃음소리와 곡소리가 엇갈린다. 파안대소하는 미국 경제. 공무원 봉급을 주지 못한 주정부, 실직자가 넘친 디트로이트….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다. 지표는 온통 파란불이다. 4월 실업률 3.9%. 완전고용에 가깝다. ‘최악의 대통령’?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뛰고 있다.

 곡소리 나는 곳은 신흥국이다. 통화가치 폭락이 전염병처럼 번진다. 3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 악몽은 다시 시작됐다. 탱고의 나라. 낙천적인 기질이 파산의 고통을 달랠 수 있을까. 기준금리는 연 40%.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의 살인적 금리보다 훨씬 높다. 파산은 일상화하고 있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 남아공에서도 통화가치는 폭락했다. 아시아 주변부도 위태롭다.

강호원 논설위원
 10년마다 반복되는 금융위기. 방아쇠는 또 당겨졌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세 번째다.
 인과(因果)의 법칙. 경제도 똑같다. 원인은 무엇일까. 외적 환경을 따지자면 ‘세계 자본주의 기관차’ 미국의 방향 수정이 충격을 몰아오고 있다. 지난 궤적을 돌아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은 짐작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불황이 덮친 미국. 금리를 낮췄다. 1990년 8.35%이던 기준금리를 3년 뒤 3%까지 떨어뜨렸다. 신흥국을 주눅 들게 한 ‘슈퍼 301조’는 그때 등장한 괴물이다. 보호무역주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미국 경제는 살아났다. 그 후 어찌 했을까. 1994~1995년 1년 남짓한 새 금리를 3%에서 6%로 올렸다. 브라질에서 금융위기가 터진 것은 그즈음이다. 파고가 아시아에 닥친 것은 2∼3년 뒤다. 1997년 11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그 끝자락에 붙어 있다. ‘돈 놓고 돈 먹는’ 조지 소로스의 명성이 되살아난 것도 그때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저금리 시대는 다시 시작된다. 6.5%에서 1%로. 경기가 좋아지자 미국은 또 금리를 올렸다. 2005~2006년 5.25%.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그 결과물이다. 당시 미국 내 부동산담보대출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 연준(Fed)은 제 발등을 찍었다. 하지만 더 큰 악몽은 세계경제의 주변부를 덮쳤다. 2010년 그리스, 2011년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 제로금리 시대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미국 금리는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5~1.75%로 높였다. 계속 올릴 것이라고 한다. 연 3.1%로 7년 만에 가장 높은 10년짜리 미 국채 금리는 ‘가파른 금리 상승’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경제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 정치인의 수사와는 다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역병처럼 번진 금융위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도전의 시대’가 시작됐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쓰러진다. 아르헨티나는 약한 고리다. 좌파 정권의 ‘퍼주기 복지’에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니 버티기 힘들다.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나라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드물다.

 사경을 헤맬 ‘중병’을 치르느냐, 가벼운 독감만으로 넘어가느냐가 문제다. 어찌 해야 할까. 아놀드 J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문명을 두고 한 그 말은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응전을 못하면 파산한다.

 규제·노동개혁, 그런 외침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반기업 정책이 들끓는다. 심지어 경제지표를 두고도 정치공방식 구호가 난무한다. “경기회복 국면”을 강변하는 청와대 정책실장,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 놓는 청와대 일자리수석. 기업의 투자·생산이 곤두박질하고, 30만개씩 늘어나던 일자리가 10만개로 줄어들어도 “괜찮다”고 하는가.

 위기를 부르는 것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말과 행동이다. 그런 행태는 위기를 막을 둑마저 허문다. 금융위기는 역질이다. 파산에 이르면 그때서야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 텐가. 모든 언행은 글로 남는다. 현대판 사초(史草)다. 두렵지 않은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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