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비서관 이름이 드루킹 사건에서 처음 등장한 건 지난달 16일 김 후보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당시 김 후보는 드루킹이 지난 2월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발탁해줄 것을 추천해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났으나 ‘부적격’ 판단을 내려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그런데 백 비서관과 도 변호사가 만난 시점이 3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엔 ‘2월’이라 했다가 ‘3월 초’로 정정됐고 이후 ‘3월 중순’과 ‘3월 말’로까지 변경됐다. 도 변호사가 낸 입장문에서 시점이 ‘3월 말’로 특정되자 청와대도 “백 비서관 기억에 착각이 있었다”며 시점을 수정한 것이다. 처음 내놓은 해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과연 3월 말에 만났는지도 의심스럽다. 드루킹은 3월21일 경찰이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인 도 변호사를 백 비서관이 드루킹 체포 이후에 만났다는 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당시엔 이미 오사카 총영사 인선이 종료됐기 때문에 인사 검증을 위한 면담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른 사정으로 만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당시 백 비서관은 “제가 게을러 한 달이 넘게 지나서야 도 변호사를 만났다”라는 어설픈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도 “백 비서관이 드루킹 체포 사실을 몰랐다”, “백 비서관이 드루킹 연락처는 없지만 도 변호사 연락처는 있어 도 변호사와 먼저 만났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을 했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백 비서관이 드루킹 체포 후 도 변호사와 만난 것은 드루킹 사건이 정국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드루킹 측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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