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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총수 후계자까지 나섰지만…엘리엇에 지배구조 개편 좌초

입력 : 2018-05-21 20:53:41 수정 : 2018-05-21 2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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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주총 취소 / 주주 설득 총력 불구 통과 불확실 판단 / 양대 의결권 자문사 반대로 대세 기울어 /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이 막판에 쐐기 / 재추진 밝혔지만 시장 신뢰 훼손 큰 부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정공법’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중도에 좌초됐다.

현대차그룹은 개편안을 보완해 재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총수 후계자까지 설득전에 나선 그룹 주요 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향후 일정에서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개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정책을 결정하면서 회사 주인인 주주 설득보다는 대정부 관계 설정에 무게를 두는 한국적인 경영 환경이 부른 ‘참사’라는 반응이다. 이번 개편안 발표를 압박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당혹스럽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9일 예정이던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대주주 총력전을 펼쳤지만 개편안을 가결할 만큼 찬성표 확보가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개편안을 정비·보완해 새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배회사 체제’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개편안의 골자는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해 즉각 답하지 않았다. 지난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시장이 유력하게 예측해온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지배사 체제의 순환출자 해소안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부문을 떼 현대글로비스에 넘기고 존속 모비스는 미래차 개발과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을 지휘하는 등 그룹 미래를 책임진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한 대주주와 계열사 간 지분 매입·매각 과정에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납부할 양도소득세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측은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부정적 시선을 해소하는 ‘노력, 결단’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에 반해 ‘존속 모비스는 껍데기로 남는 것 아니냐’는 등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향후 어떤 미래와 이익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성의 있는 설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결국 ‘행동주의 펀드’로 악명높은 엘리엇의 공격이 현대차지배구조개편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 헤지펀드는 현대차, 기아차 등 3개사의 보통주 10억달러어치를 보유한 사실을 밝히는 한편 주주환원 정책, 경영구조 해결의 미흡함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다른 주주를 향해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이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가 연이어 반대를 권고했고, 국내에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 이달 11일까지만 해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엘리엇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했던 분위기는 전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ISS까지 반대를 권고하면서 급격히 어두워졌다. 현대모비스 주주의 절반 가까이(48.6%)가 외국인 주주인데, ISS의 권고는 이들에게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모비스 지분 9.8%를 쥔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터’가 됐지만, 외압에 의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전력이 드러난 국민연금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찬반 결정을 맡기기로 하면서 사실상 어렵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아울러 특별배당 등 추가적인 주주 친화 정책도 자금 부담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주주에 대한 충분한 설득의 과정이 없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밀어붙였다”며 “향후 재추진 과정에서는 주주 설득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일·김승환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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