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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로의 가치, 긴호흡으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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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1 21:07:57 수정 : 2018-05-21 21: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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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가 문을 연 지 1년이 됐다. 개장 초기부터 고가 위의 식물이 첫 겨울을 보낸 현재까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공간이자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타난 서울로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가족, 친구, 연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로7017 시민이용실태 및 문화연구’(2018)에 의하면, 방문객 중 83.6%가 서울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외 언론도 서울로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서울로는 재생과 보행도시로 전환하는 도시정책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경학
서울로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랫동안 단절된 동서의 공간을 잇고 서로 소통하게 했다는 점이다. 서울로는 처음 서울에 도착한 사람이 만나게 되는 서울역과 주요 공간을 연결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 입지적 조건이 서울로가 가진 여러 특성을 설명한다. 대중교통과 잘 연결돼 있어 여러 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고가를 걸으며 도시의 다양한 풍경이 교차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서울로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조성 이후 인근 동네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점차 서울로가 서울역 일대 지역재생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평화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유라시아 철도의 시?종점으로 우리의 지리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로는 미래를 여는 지정학적 중심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장소로도 의미가 있다.

서울로는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간이며, 사색하며 산책하는 문화 여가공간이다. 고가 위를 걷다가 버스킹 공연을 만나기도 하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연주하는 멋진 피아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사계절 식물의 변화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민들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초록산책단’이라는 자원봉사 모임을 통해 식물을 관리하거나 정원교실을 운영하는 등 자발적 참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로가 제대로 정착하기에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계획적 측면에서 보면 공모에 의해 당선된 설계안의 비전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던 주변 건물과 연결로 확보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수목원이라는 자기 완결적 개념이 강조되다 보니, 주변 도시 경관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안내 정보나 해설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운영관리 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운영 중 추가되는 시설을 조율하는 디자인 코디네이션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공 주도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참여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로는 찻길을 사람길로 변모시킨 새로운 공공공간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서울로라는 이름이 지칭하듯 시민이 자유롭게 걸으며, 도시의 시간과 역사와 마주하는 ‘길’이다. 방문객 숫자나 다른 공간과 비교하는 것으로 성패를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서울로의 특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은 정해진 기한 내 만들 수 있다. 이제는 긴 호흡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로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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