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경학 |
서울로는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간이며, 사색하며 산책하는 문화 여가공간이다. 고가 위를 걷다가 버스킹 공연을 만나기도 하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연주하는 멋진 피아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사계절 식물의 변화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민들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초록산책단’이라는 자원봉사 모임을 통해 식물을 관리하거나 정원교실을 운영하는 등 자발적 참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로가 제대로 정착하기에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계획적 측면에서 보면 공모에 의해 당선된 설계안의 비전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던 주변 건물과 연결로 확보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수목원이라는 자기 완결적 개념이 강조되다 보니, 주변 도시 경관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안내 정보나 해설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운영관리 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운영 중 추가되는 시설을 조율하는 디자인 코디네이션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공 주도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참여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로는 찻길을 사람길로 변모시킨 새로운 공공공간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서울로라는 이름이 지칭하듯 시민이 자유롭게 걸으며, 도시의 시간과 역사와 마주하는 ‘길’이다. 방문객 숫자나 다른 공간과 비교하는 것으로 성패를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서울로의 특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은 정해진 기한 내 만들 수 있다. 이제는 긴 호흡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로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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