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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라돈침대' 논란 그 후…생활 속 방사선 공포 확산

입력 : 2018-05-22 05:00:00 수정 : 2018-05-22 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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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기체 형태의 1급 발암물질입니다. 라돈 가스 자체는 다른 원소와 반응하지 않지만, 붕괴 결과로 생기는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폐 안으로 들어가면 폐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라돈침대'의 방사선 수치는 원전 작업자에 대한 허용 기준치보다 낮지만, 침대는 최장 10년까지도 쓰기 때문에 수치가 낮아도 누적 효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라돈침대'의 방사선 피폭량이 안전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해당 제품을 빨리 수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 시민단체는 최근 이번 '라돈 침대' 사태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라고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라돈으로 인한 폐암 환자가 많은 것은 라돈 침대 같은 가공품 때문이 아닌, 자연 발생하는 라돈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연에서 연간 3mSv의 방사선을 받는데, 그중 절반이 라돈에서 나옵니다. 토양의 우라늄·토륨 광물에서 나온 라돈이 건물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방사성물질이 체내에 한 번 유입되면 반감기(에너지가 절반이 되는 시간)를 거쳐 완전히 붕괴돼 방사성물질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반감기가 길면 그만큼 피폭선량이 누적돼 많아집니다. 체내 방사성물질은 땀이나 배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상황이 이렇자 침대의 안전을 확인하는 당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침대 매트리스는 관련 법규에 따라 자율로 공인기관에서 안전성 심사를 받은 뒤 시험성적서를 첨부해 신고하고 제조해야 하는 공산품입니다. 라돈 문제가 불거진 뒤 서둘러 조사에 나선 위원회가 '문제 없다'고 했다가 5일 만에 조사 결정을 완전히 뒤집은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일수록, 고층일수록 라돈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엔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 아무런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신축 아파트에 대한 기준치도 WHO 기준의 2배로 매우 느슨한 상태입니다.

'라돈침대' 사건으로 라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절반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의 라돈 관리가 너무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라돈이 포함된 대진침대가 연간 허용치의 최대 9배까지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라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돈은 우라늄이 붕괴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가스 형태이므로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와 '내부 피폭'을 일으킨다. 특히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라돈에 의해 폐 질환이 노출된 뒤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라돈 노출 양과 사람의 나이 등에 따라서도 발병 가능성이 상이해 사람마다 라돈의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같은 양의 라돈에 노출되더라도,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라돈에 의한 폐암 위험이 약 10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폐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금연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돈으로 인한 내부 피폭이 있어도 구토, 설사, 발열 등의 급성증상이 없다면 특별히 치료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의학적 조치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아 추적 관찰해 관련 질환 발생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흡연자, 비흡연자보다 라돈에 의한 폐암 위험 10배 더 높아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지난 17일 "라돈 방사성 침대에 관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안전 사회를 구현해가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참사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양순필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회의는 관련 부처 책임자들로부터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듣는 자리로, 성토하거나 질타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곳곳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안종주 특조위 위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매우 유사하다"며 "우리가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지만 더 큰 사태로 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현안 점검회의를 계기로 범정부적인 종합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며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도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칠 특조위 위원도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대응하는지, 그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며 "최종적으로는 향후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한 조승연 연세대 교수(라돈안전센터장)는 "개인적으로 라돈 연구를 20년간 해왔는데, 이번에 국민이 받은 충격이 가장 큰 거 같다"며 "국민이 이번 사태를 사고로 판단한다. 정부는 라돈으로 인해 폐암에 걸릴 경우 피해자들에게 얼마만큼 보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복 김포대 교수는 "이번에 라돈 측정할 때는 원안위 단독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민간 라돈 전문기관과 같이해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정부에서도 어떤 대책 같은 것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라돈침대' 사용자들도 나와 정부 측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들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라돈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라돈침대' 이슈, 사전 예방 미흡…더 큰 사태로 번졌다는 지적도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로서 라돈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장기적으로 폐암이 가장 유력하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 범정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하고, 앞으로 장기 추적 연구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서곤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향후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이 검출된 모나자이트에 대해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며 "일상생활 제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정보를 공개하는 등 다른 정부 부처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 관계부처 및 기관은 실내 공간에서의 라돈 측정, 국내 유통 매트리스와 사업장 실태조사, 침대류 등 공산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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