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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도 산비탈도 거침없이… ‘전설의 오프로더’ 더 완벽해졌다

입력 : 2018-05-20 20:29:51 수정 : 2018-05-20 20: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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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클래스 佛 시승식 지중해와 와이너리의 느긋함을 간직한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루시용. 2.6t ‘거구’에 올라 ‘문짝’을 힘껏 당긴다. ‘철컥’. 마니아층이 변화를 거부한다는 소리가 날카롭고 묵직하다. 광활한 초록 포도밭과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 빛이 곱고, ‘그르릉’거리는 대배기량 엔진음이 좋다. 치열한 삶에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자동차는 이동수단이 아닌 치유의 동반자가 아닐까. 중세 역사를 품은 느린 도시, 랑그도크루시용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10월 국내에 선보이는 ‘더 뉴 G클래스’(G바겐) 두 모델(G500, AMG G63)을 경험했다.

◆“차를 믿으세요, 차를!”

지난 4월27일 카르카손 인근 샤토 드라스투르(와이너리)에 조성된 주행시험장. 해발 250m 안팎인 산 정상을 정복하는 오프로드 코스가 난도별로 마련돼 있다. 오프로드는 물론이고 온로드에서 역동적이고 민첩한 주행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 ‘메르세데스-AMG G63’으로 단축 코스를 맛본 뒤 ‘G500’을 몰고 정상 공략에 나섰다. 최대 출력 422마력, 토크 62.2㎏·m의 4.0L V8 가솔린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모델이다.

“차를 믿으세요.” 산길을 헤치던 중 동승한 인스트럭터가 우측 비탈을 가리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그는 “노 프러블럼”을 외치며 스티어링휠을 돌리라고 재촉했다. 비탈에 앞바퀴를 올려놓고 가속페달을 밟자 육중한 G500이 하늘로 얼굴을 쳐들고 천천히 기어올랐다. 눈앞엔 하늘 뿐, 센터 콘솔 상단 12.3인치 우측 디스플레이에 등판각(진행 방향과 지면이 이루는 각)과 뱅크각(좌우가 지면과 이루는 각) 수치가 요동치며, 카메라로 전송하는 발아래 모습이 펼쳐졌다. 이날 체험한 산비탈 등판각은 35∼36도. 맨몸으로도 두 손을 써야 오를 것 같은 경사였는데 이 ‘괴물 박스’는 등판각 최대 60도, 뱅크각 40도까지 극복한다고 한다. 이언 해들리 제임스 G클래스 마케팅 총괄은 “쇼클 산을 170차례 등반하며 테스트를 마쳤다”며 “라이벌은 산염소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쇼클은 G클래스를 생산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 근처에 자리한 험난한 산으로 유명하다.

하산할 땐 더 기가 막혔다. 승용차(1.5t)보다 1t 이상 무거운 G클래스는 거꾸로 처박힐 듯한 비탈길, 때론 바퀴 한두 개가 허공에 뜨는 험로에서 단 한순간도 미끌어지거나 중심을 잃지 않았다. 인스트럭터는 “바퀴 하나만 접지력을 유지해도 해당 바퀴가 땅을 밀어내도록 유도하는 3개의 차동(差動) 제어장치(디퍼렌셜 록) 덕분”이라고 말했다. 차가 워낙 안정적이다보니 잠시 과속(?)을 즐기다 앞차를 만났는데, 급격한 내리막길에서 엉덩이를 치켜들자 하부 차축이 엇갈리듯 꿈틀대며 지면을 움켜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바로 저것”이라며 “사다리 타입 프레임(뼈대)과 디퍼렌셜 록, 저단 오프로드 감속 기어 등을 통해 오프로더로서 완벽해졌다”고 설명했다. ‘G-모드’란 전에 없던 전용 주행모드도 추가됐다. 디퍼렌셜 록 등이 활성화돼 험로란 판단이 서면 현가, 조향, 제동을 조절해 불필요한 기어 변경을 피하도록 한다. 벤츠는 “매우 가파른 지형에서 인치 단위로 조작하며 핸들링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운전자가 할 일은 차에 대한 ‘올바른’ 이해, 버튼 조작뿐이었다.

지난 4월27일 프랑스 랑그도크루시용의 한 오프로드 주행시험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G클래스’가 험로를 주파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박스형 겉모습 빼곤 다 바꿨다”

오프로드 시승을 전후해 접한 고성능 모델 AMG G63은 G클래스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거쳤다는 평을 받는다. 4.0L V8 바이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585마력, 85.7㎏·m 토크는 현존하는 어떤 오프로드 차량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낸다. 공기저항에 불리한 외형이지만 제로백(정지→ 시속 100㎞)이 4.5초에 불과하다. 초고강도강, 알루미늄 등도 적극 활용해 전보다 170㎏을 줄였고, 55% 향상된 비틀림 강성은 한층 민첩한 주행을 지원한다. 토비아스 뫼어스 AMG 회장은 “고유의 특성은 지키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G클래스는 ‘오프로더의 전설’로 통한다. 벤츠도 이 점을 거듭 강조한다. 요즘 대부분 프리미엄 브랜드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내놓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이다. “오프로더와 SUV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G클래스는 1979년 출시 이래 30만대 이상 판매됐고, 2012년 이후론 매년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작년(2만2000여대)엔 두 자릿수 성장률도 기록했다. 올해 초 2018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더 뉴 G클래스’는 ‘39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로도 불린다. 외관만 그대로일 뿐 인테리어, 기능, 공간 등 모든 요소를 새로 설계했다.

특히 AMG G63으로 대변되는 온로드에서 변화 폭이 크다. 벤츠 승용 부문 연구개발 총괄인 올라 켈레니우스는 “신형 G클래스는 전천후 주행 성능, 편의 장비, 첨단 기술 등 모든 부문에서 더 높은 기준점을 제시한다”면서 “벤츠의 ‘가장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모델이 써온 성공 스토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랑그도크루시용(프랑스)=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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