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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칠했다 또, 지웠다" 반복된 차선..'죽음의 도로'

입력 : 2018-05-20 15:08:39 수정 : 2018-05-20 1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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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황색 이중 실선 / 안전보다는 사고를 유발 / 비가 오면 구분하기 힘든 차선 / 맑은 날에도 구분이 안 돼 / 차선이 지워지거나 마모돼 안전 위협 / 빗길 교통사고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이 장마철 / 맑은 날보다 치사율도 1.25배 높아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월로. 도로 중앙 황색 이중 실선이 또 그려져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맑은 날에도 차선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보세요. 황색 이중 실선 그대로 두고 옆에 또 이중 차선이 또 있잖아요. 차선이 잘 구분되지도 않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 지날 때면 긴장하게 됩니다. 특히, 오늘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조심하고 또 조심 합니다”

순간적으로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서울시 중구·종로구·강남구·용산구 다니며 살펴본 결과, 서울 시내 도로 곳곳이 차선이 지워지거나 이중으로 그러진 차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시 중구 소월로. 남산에서 소월로 내리막길 도로는 구부러져 차들이 옆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로를 확인한 결과 도로 중앙 황색 이중 실선이 또 그려져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황색 이중 실선을 침범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겨울철 제설작업 등으로 퇴색 또는 마모된 낡은 황색 이중 차선을 그대로 둔 채 약 1m 거리를 두고 황색 이중 실선 차선이 또 그려져 있다는 것.

불법 주차된 버스 사이로 운행하는 차들은 차선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옆 차의 진행 방향을 살피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특히 시야가 제한되는 야간이나 비가 오는 등 기상이 악화될 경우 차량의 전조등으로 구분이 더욱 어려워지는 등 교통사고 위험을 안고 있었다.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월로. 도로 중앙 황색 이중 실선이 또 그려져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낮에도 희미하게나마 보였던 차선들도 빗방울이 떨어지면 시야에서 사라져 운전자들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야간·빗길 운전 시 도로 위 차선이 보이지 않아 시민들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 황 모(38) 씨는 “이제는 익숙해져 그러려니 합니다.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비만 오면 차선이 사라지고 앞차앞차 보면서 운전합니다”며 “사고가 날까 봐 조심조심하는데, 뭐 방법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월로. 도로 중앙 황색 이중 실선이 또 그려져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서 측 출구(옛 사부역) 인근 도로. 쏟아지는 장마철 빗줄기에 이곳의 차선은 보이지 않았다. 미끄러운 빗길도로에 차선까지 보이지 않자 운전자들은 자동차핸들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운전에 집중해야만 했다.

서울역에서 정차된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과 마트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뒤엉켜 혼잡을 빚었다. 이곳은 주로 서울 북서쪽으로 가는 승객들이 택시를 타는 곳으로 많을 때는 100명 가까이 몰린다. 장마철 같은 강한 빗줄기에 너도나도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아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더욱이 대형마트 진입로가 바로 옆에 있어 택시와 마트로 진입하는 차량이 엉키면서 사고 위험도 높아 보였다. 오락가락하는 세찬 빗줄기에 차선까지 안 보이면서 차량은 갈 길을 잃은 듯 우왕좌왕했다.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월로. 도로 중앙 황색 이중 실선이 또 그려져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움푹 파인 도로에 고인 빗물이 가로등과 전조등 불빛이 반사돼 운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차선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 차선변경이라도 할 때면 뒤따르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를 하는 등 아찔한 모습이 연출 됐다.

이곳은 차선을 재 도색을 했던 곳이지만, 또다시 차선이 사라지면서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빗길에도 잘 보이는 차선으로 도색 작업 등 노후 차선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역 만난 택시기사 김 모 씨는 “운전하다가 차선 잘 안 보여서 특히 밤이나 이럴 땐 더 심하고 그래서 앞 차 불빛 보고 겨우 따라갑니다. 30년 가까이 운전했어도 사고는 한순간에 난다”고 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1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인근 도로. 중복된 차선이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빗길 교통사고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이 장마철이 있는 6∼8월에 집중해서 발생한다. 월평균 70% 이상 증가하고, 그로 인한 사망자도 60% 이상 늘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는 모두 9만 4,000건. 사망자만 2,500여 명. 비가 오면 맑은 날보다 치사율도 1.25배 높다.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말한다. 정부는 차선 도색 등 도로유지보수와 차선 성능 점검에 해마다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다.

전문가 따르면 “비가 내리면 시정거리가 짧아지고 자동차의 제동거리도 길어져 교통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운전자들은 차간거리를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하고 속도를 줄여 운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한 관계자는 “지속해서 점검하겠다"며 "도색 작업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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