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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B-52 한·미 훈련 취소, 트럼프가 김정은에 굴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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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0 10:21:41 수정 : 2018-05-20 1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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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52H가 활주로를 이륙해 임무 수행 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미국이 전략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참가하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당초 ‘블루 라이트닝’(Blue Lightning)이라는 훈련 이름으로 한·미·일 3국과 괌 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B-52 2대가 참가하는 공군 연합 훈련이 계획됐었다고 전했다. B-52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 자산이다. 이 훈련은 지난 11일 시작돼 오는 25일 끝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와는 별도의 훈련이었다고 WSJ이 전했다.

한국은 그러나 이 B-52가 참가하는 연합 훈련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WSJ가 전했다. 북한은 맥스 선더 훈련을 이유로 지난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북한은 한·미 양국에 대북 침략 훈련 중단을 요구했었다. WSJ는 한·일간의 갈등으로 한·미·일 3국 공동 훈련 계획은 미 B-52가 한국 공군 및 일본 자위대와 각각 별도로 훈련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B-52는 한국 공역에 최소한의 진입만 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훈련이 회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지난 16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긴급히 회동해 B-52는 한국의 공역(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외한 일본 공역에만 출격하기로 조정됐다고 WSJ이 전했다.

◆유화 정책 논란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의 훈련 계획 변경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전형적인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19일 톰 로건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오래전에 계획된 훈련을 취소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로건 칼럼니스트는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기 위한 전형적인 헤세 부리기 전략임에도 트럼프가 눈을 깜박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로건은 이번 훈련 취소로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인 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화나게 하는 어떤 일도 피하려고 필사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건은 “한국이 갈수록 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국이 단일 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 분담을 해왔으나 이제 그 가능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더는 굴복하지 말고,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의 북한에 대한 양보

미국의 뉴욕 매거진은 이날 “미국의 연합 군사 훈련 취소는 대북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인 ‘복스’ (Vox)는 “한국은 북한이 화가 나지 않도록 군사 훈련을 축소하려 했고, 미국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복스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면 북한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훈련 취소는 명백히 북한에 대한 양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해에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B-52를 한국에 증파했었다.

국가이익센터(CNI)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해리 카지아니스는 “한·미 양국의 군사 훈련 중단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큰 당근

워싱턴 포스트(WP)는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응책을 비판했다. 부트는 ‘김정은이 원하는 곳에 트럼프가 서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1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가지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김 위원장이 진정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고, 둘째는 트럼프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보다는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트 노벨을 더 좋아한다는 점이고, 셋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부트는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위협은 트럼프에 노벨과 데이트를 하려면 볼턴을 차버리라는 얘기이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의 B-52 폭격기 훈련 계획 변경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트럼프를 강하게 압박하면 그가 양보한다는 점이라고 부트가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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