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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동북아 긴장 우려…강습상륙함을 수송함으로 낮췄다

입력 : 2018-05-20 06:00:00 수정 : 2018-05-20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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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두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1만4000t급)이 1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진수됐다. 2007년 첫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취역한 지 10여년만이다.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더불어 우리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이다. 독도함은 지난 10여년 동안 해군을 대표하는 함정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상륙작전 지원 외에도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으로 구성되는 기동전단의 기함으로서 함대의 심장부 역할을 맡았다.
 
14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대형수송함 2번함 마라도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독도함 1척만으로 군 안팎의 행사와 해상작전, 상륙작전 등을 지원하다보니 승조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마라도함이 해군에 인도되어 실전 배치되면 독도함의 과중한 임무 수행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시민들을 태우고 부산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해군 제공
마라도함의 외형이 공개되자 마라도함을 두고 “상륙작전 능력을 높였다”와 “최신 기술이 없는 구식이다”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 크고 더 멋진 함정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독도함보다 성능 개선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같은 설계를 바탕으로 건조된 함정으로 성능과 외형은 큰 차이가 없다. 승무원과 해병대병력을 포함해 1000여명의 인원과 장갑차, 차량 등을 수송한다. 헬기 7대와 공기부양정(LCAC) 2대를 통해 해병대 병력을 적 해안에 신속히 투입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부분도 있다. 마라도함은 적의 위협을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을 높였다. 구축함이나 호위함과 함께 움직이므로 적 대함미사일이나 어뢰 등의 공격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기본적인 자체 방어능력 확보는 필요하다. 이에 따라 독도함에 쓰이는 프랑스 탈레스사 레이더는 360도 전방위 탐지가 가능한 이스라엘 엘타사의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교체해 공중 탐지능력을 높였다. 마라도함을 향해 다가오는 적 대함미사일을 수㎞ 거리에서 저지하는 근접방어기관포는 네덜란드제 골키퍼에서 미국제 팰렁스로 바뀌었다. 적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해궁 대공미사일도 마라도함에 탑재됐다.

또한 현측 램프의 지지하중을 강화하고 폭을 확대해 장갑차뿐 아니라 전차까지 실을 수 있다. 해병대에 배치된 K-1 전차의 이동 및 수송에 도움이 된다. 프로펠러와 승강기, 전투체계 등은 국산 장비가 장착돼 운영유지비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다. 한반도 유사시 실시될 한미 연합 상륙작전을 감안,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의 이착함도 가능하도록 비행갑판 강도도 높였다.
프랑스 해군 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 재난 구호나 자국민 대피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마라도함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감안해 상륙작전 등 군사적 성격보다는 대형 해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해상에서 구조작전을 통제하는 지휘함정 역할과 국제평화유지활동, 유사시 재외국민 철수 등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활동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해군 미스트랄 강습상륙함과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도 상륙작전 지원보다는 재해 재난 대응이나 국제평화유지활동 등의 비중이 높다. 독도함도 응급환자 수술실을 비롯한 의료 시설과 원거리 통신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과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지휘함정으로 쓰였다.

국제 방위산업전시회를 비롯한 군 관련 행사에 참가해 해군과 국내 방위산업 기술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마라도함은 탑재장비 성능확인과 시운전 과정을 거쳐 2020년 말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왜 대형수송함으로 분류했나

마라도함은 헬기 이착함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갑판과 공기부양정 탑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외형과 성능으로 볼 때 수송함보다는 강습상륙함에 더 가까운 함정이다. 강습상륙함으로 분류되는 미국 해군 와스프함이나 프랑스 해군 미스트랄함도 마라도함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강습상륙함은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함정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끝판왕’이다. 해상으로부터 적진에 상륙해 진격하는 상륙작전은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해안에 전개할 수 있는 상륙함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기부양정과 헬기, 상륙정을 동원해 병력과 장비를 해안으로 수송하는 강습상륙함은 상륙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지휘함 기능도 수행한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차와 차량, 병력, 헬기를 탑재하다보니 강습상륙함은 경(輕)항공모함과 비슷하거나 크다.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함(2만7500t급)은 영국 해군이 쓰던 인빈시블 경항모보다 배수량이 더 크다. 건조비도 비싸고 자체적인 공격 및 방어능력이 미약하다. 호위함정과 해병대 병력이 충실히 준비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작전이 어렵다. 강습상륙함을 보유한 나라는 해군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급 강습상륙함. 앞부분에 스키 점프대가 있어 AV-8이나 F-35B 전투기 운용이 가능하다. 위키피디아
그런 의미에서 마라도함의 취역은 1990년대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건조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해군력 증강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상륙작전 능력을 강조하면서 우리 해군의 능력을 과시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마라도함을 대형수송함으로 분류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전환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륙작전에 주로 투입되는 강습상륙함은 해병대의 적 해안 기습을 지원하는 특성 때문에 공격적인 성격이 강한 함정이다. 해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인 작전을 펼치는 대형함정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도 크다. 2005년 독도함이 진수됐을 때 중국과 일본에서 “아시아 최대 상륙함이 출현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마라도함을 강습상륙함으로 규정하면 북한의 반발은 물론 중국, 일본의 해군력 증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마라도함 진수식 보도자료에서 상륙능력 대신 인력 물자 수송능력을 강조해 ‘수위 조절’을 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산 항공모함 001A호를 선보인 것에 자극을 받아 마라도함도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한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마라도함의 경항모 개조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항모가 함재기를 띄우려면 강한 맞바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항해해야 한다. 러시아 해군 항모 쿠즈네초프호와 영국 해군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는 30노트(시속 56㎞)에 가까운 속도로 항해하며 함재기를 띄운다. 반면 마라도함은 23노트(시속 41㎞)에 불과하다.

탑재능력도 문제다.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은 강습상륙함이지만 독도함보다 배수량이 두 배 가까이 크고 스페인 해군이 운용하던 경항모 아스투리아스보다 갑판 전체 길이가 27m 더 길게 제작돼 상륙작전과 함께 경항모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앞부분에 함재기 이륙을 도와주는 스키 점프대가 설치되어 있어 F-35B 10여대를 운용할 수 있다.

마라도함의 경우 F-35B를 운용하려면 공기부양정 탑재를 비롯한 상륙작전 지원 능력을 포기해야 하며, 그렇게 조치를 해도 탑재할 수 있는 함재기는 한 자리수에 불과하다. 스키 점프대와 함께 엔진을 교체해 속도를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다. 마라도함보다 더 큰 함정을 건조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스키 점프대를 설치하지 않고 F-35B를 수직으로 이륙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무기를 많이 탑재하지 못해 최소한의 공중전만 가능하다.

독도함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마라도함의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강습상륙함을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항공모함만큼은 아니지만 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상징하는 함정이 강습상륙함이다.

마라도함도 마찬가지다. 2020년 말 실전배치를 전후로 해병대가 운용할 수리온 상륙기동헬기가 도입되면 미국 해병대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독자적인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게 된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재외 국민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마라도함의 존재는 향후 해상작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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