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방북하고 북·미 양측이 사상 첫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뗀 상황에서 미국 최고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 체제 보장을 공언했다는 점에서 북한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방식이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북핵 폐기를 앞세워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불순한 의도로 간주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기대해온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
북한이 11∼25일 진행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빌미로 16일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도 사실 대미(對美) 메시지 성격이 강했다. 닭을 죽여 원숭이에게 보여준다(殺鷄給?看)는 중국 말처럼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에 경고한 셈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상회담 재검토까지 시사했던 북한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내부적으로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비핵화 준비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대응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미 관계가 풀리면 남북관계도 다시 진전될 수 있다. 무기한 연기된 남북 고위급회담도 재개되고 이에 따라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6·15 남북공동행사나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약속 이행을 위한 논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트럼프까지 직접 나섰으니 북한으로서는 대남·대미 압박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수위 조절에 나서다 적당한 시기에 관계 개선 트랙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이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 집중하려 하면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이 마주 앉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6·15행사 준비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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