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대응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문 대통령은 21일 출국해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2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방미 일정 중 주목되는 것은 두 정상이 확대 정상회담 겸 업무오찬을 하기 전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단독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등을 통해 파악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와 우려 등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지을 비핵화 대상·방법·시한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반대급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미국 방문은 목적이 정확하고, 가서 해야 할 일이 확실하다”며 “두 정상이 그와 관련해 참모들 배석 없이 심도 있게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대화 냉각기를 풀 해법을 고심하는 한편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했다. 청와대도 ‘로 키’를 유지한 채 북한의 진의 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외 매체를 통해서만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트럼프 대통령도 리비아 모델의 ‘섬멸’을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서는 점 등에 미뤄 양측이 판을 엎으려는 상황은 아니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거나 북한 의도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물밑 중재 역할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북·중 밀착이 북·미 대화의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시각에는 “북·중 간 만남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새로운 장애가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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