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기에 학대와 폭력 등 부정적 경험을 한 성인 중 41.6%가 자녀를 학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만 18세 미만) 자녀를 둔 성인(19∼59세) 4008명을 대상으로 생애주기 학대와 폭력 경험에 관해 심층조사한 결과로 사회적 통설로만 존재했던 ‘학대의 대물림’을 학술적으로 처음 규명한 것이다.
아동학대 피경험은 가정폭력과 연관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때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성인의 경우 배우자를 폭행하는 비율이 35.1%인 반면 아동 때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성인 가운데 배우자를 폭행하는 비율은 14.2%였다. 가정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성인의 89.5%가 아동기에 학대 피경험 등 부정적인 사건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도가 0점인 성인 중 친부모를 학대하는 경우는 4.7%였지만 7점 이상인 경우는 41.4%로 늘었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이 있는 비율은 78.9%였다. 이는 미국(60%)과 영국(46.4%), 동유럽 8개국(50%), 베트남(76%) 등보다 높은 것이다.
아동학대 등 부정적 경험은 성인이 돼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복무 경험자 3명 중 2명(65.3%)은 군대폭력을 당했고, 직장생활 경험자 4명 중 1명(25.7%)은 직장폭력을 당했다고 각각 답했다.
연구진은 “성인기의 부정적 경험은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우울감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학대나 폭력이 만연해 있지만 그에 대한 의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조사자의 65.6%는 ‘체벌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고 답했고, 실제로 41.6%는 ‘최근 1년 내에 아동학대를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의 피해자가 새로운 가해자가 돼 학대 등 부정적 경험이 대물림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아동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혼전교육과 산전교육, 부모교육 등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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