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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한·미 정상회담, 나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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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8 00:17:21 수정 : 2018-05-18 00: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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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필요한 사람이 기름 붓는 법”/북핵 고차 방정식 불확실성 줄여야/회담 전후 남북 정상 핫라인 가동/국운 걸린 만큼 치밀하게 처리해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앞둔 시점에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핵 관련 현안들을 조율하면서 북핵 문제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회담 성패가 달려 있다.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손에 쥔 카드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상대방 카드를 점치면서 이리저리 맞춰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카드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 안보 틀을 뒤바꿔 놓을 카드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최선에서 최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담 결과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북·미 간 샅바싸움은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그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핑계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했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중국 개혁·개방을 학습하려고 왔다”고 밝힌 데 비추어 협상 판을 깰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비핵화 방식에 대해 “정해진 틀은 없다”면서 ‘트럼프 모델’을 거론해 북한을 달랬다.

북핵 해법은 아주 복잡한 방정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풀어야 할 문제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낙사고라스가 아테네 정치가 페리클레스에게 “등불이 필요한 사람들이 등에 기름을 붓는 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등에 기름을 부어야 등불을 밝힐 수 있다. 문 대통령 중재외교의 막판 고비다. 한·미 정상회담이 그 전후에 이뤄질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와 맞물리면 남·북·미 정상 간 3각 협의의 드문 기회가 된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 북핵 해법 조율의 절정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할 일이 많다. 먼저 북·미가 상호 신뢰를 다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믿지 못할 약속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그동안 상호 불신이 워낙 커서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상세히 미국에 전하고,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언질을 받아 북한에 알리면서 북·미 간 신뢰의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논란의 대상인 비핵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이 내세우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의 간극을 좁히면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협의 과정을 통해 비핵화와 후속 조치에 관한 한·미 공동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등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로드맵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영구적인 북한 비핵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비핵화 검증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핵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핵과학자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안보를 챙기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북한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우리 안보 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북·미 협상 과정에서 우리 안보가 실종되는 사태가 없을 것임을 확약 받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나라의 운명이 걸린 만큼 문 대통령이 치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려면 당장에는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게 옳다. 어깨가 무겁더라도 피할 길이 없다. 이 또한 그의 운명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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