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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하와이 섬의 용암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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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8 00:15:50 수정 : 2018-05-18 00: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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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 부력·감압에 지각 뚫고 올라와/ 공포의 화산 폭발, 역동적인 지구 확인
얼마 전 강진과 더불어 시작된 미국 하와이 섬의 용암 분출은 주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번에 용암이 분출한 킬라우에아 화산은 그동안 활발한 화산활동을 보여 온 곳이다. 태평양의 많은 화산이 태평양판과 다른 판이 만나는 불의 고리에 놓여 있는 반면에 하와이의 화산대는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화산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이 섬이 열점(hot spot)이라는 독특한 지질학적 구조 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각 밑 맨틀 중 뜨거운 부분이 올라오는 상승류 위에 거대한 마그마가 태평양판에 눌린 채 펼쳐져 있는데, 이것이 열점이다.

마그마란 암석이 녹은 액체를 말한다. 마그마는 지각 밑에 위치한 맨틀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원인으로 맨틀 상부의 온도가 국소적으로 올라가 암석이 부분적으로 녹으면 그 영역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주위에 비해 밀도가 낮아진다. 이는 마그마의 상승과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부력이 마그마의 상승을 이끈다. 부력이란 어떤 물체가 유체 속에 들어갈 때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무게만큼 유체가 물체에 위로 가하는 힘을 말한다. 가령 물속에 잠긴 물체는 자신이 점유한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만큼 위로 부력을 받게 된다. 이에 물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는 부력보다 무게가 작으니 위로 뜨게 되고 물보다 밀도가 높은 물체는 가라앉는다.

부력으로 상승하는 마그마는 압력이 높은 맨틀에서 압력이 낮은 지각을 향해 올라온다. 물질의 상태는 온도뿐만 아니라 압력에도 의존한다. 이를테면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지만 이는 1기압에서 그렇다. 기압이 낮은 산 위에선 물의 끓는점이 낮아져 100도가 안 되는 온도에서 물이 끓기에 밥이 설익는다. 만약 끓고 있는 물에 압력을 가하면 물은 100도 이상에서도 끓지 않게 된다. 압력을 대기압의 2만2000배 이상으로 올리면 100도의 얼음을 만들 수도 있다. 거꾸로 압력을 낮추면 녹는점이 낮아져 액체로 바뀌기 쉽다. 이런 이유로 높은 압력 하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던 암석이 지표면으로 상승함에 따라 압력이 낮아지면서 마그마로 바뀌게 된다.

부력으로 상승하면서 감압으로 확장되는 마그마는 소위 마그마 방이라는 공간에 모인다. 이 방에 마그마가 꽉 차고 팽창하면서 지표면에 균열을 내고 올라오면 마그마가 분출된다. 지각의 균열을 뚫고 올라온 마그마가 지표면을 따라 흐르면 이를 용암이라 부른다. 열점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돼 분출된 용암이 쌓이고 굳어서 하와이 제도를 이루는 섬을 형성했다.

파괴적 분출물을 뿜는 화산 폭발은 인류에게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로 인해 화산은 신화의 구성물이자 예술작품의 주제였으며 때로는 관광상품으로, 정치적 격변기에는 선동의 은유로 활용되기도 했다. 화산활동이 과학의 연구 대상인 오늘날에도 화산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 공포심은 그대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화산활동은 우리 지구가 생동감이 살아 있는 행성임을 일깨워 준다. 화산활동은 탄생 직후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였을 원시 지구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엄청난 열원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핵까지 모두 식어 버려 강력한 태양풍을 막을 자기장이 없는 화성의 황량한 모습을 보면 역동적인 지구 위에서 숨 쉬고 살아감에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그 역동성이 때로는 생명체의 대멸종을 초래할 정도로 과격하지만 말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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