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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엄마도 태아도 ‘초록세상’서 힐링… 행복한 출산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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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7 19:37:23 수정 : 2018-05-17 19: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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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숲 태교 프로그램’ 인기
임신 27주차인 ‘복덩이’ 엄마 김수정(32)씨는 지난달 28일 모처럼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아스팔트 대신 숲길을 느긋하게 걸었다. 남편과 손잡고 한참을 걷다 울창한 초록이 내준 그늘에 잠시 앉아 명상에 잠겼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와 촉촉한 흙냄새가 온몸을 간질였다. 뱃속 아기도 기분이 좋은지 춤을 추며 엄마 배를 연신 흔들어댔다. 부부는 나무에 몸을 기대어 아기에게 말을 걸었다. “복덩아, 햇볕처럼 따뜻하고, 나무처럼 강인하게, 계곡 물처럼 맑게 자라렴.”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에서 태아와 교감하는 ‘숲 태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숲 태교 프로그램은 경관·소리·향기·피톤치드·음이온 등 산림의 치유인자를 활용해 임신부의 심신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으로, 오감을 자극해 태아의 인지·신체 발달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숲 태교는 공해와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대 임신부에게 특히 필요한 태교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진행된 산림청의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예비 엄마 아빠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숲 태교로 엄마·아기 스트레스↓ 애착도↑

17일 충북대 대학원 산림치유학과 장선희씨의 석사논문 ‘숲 태교 프로그램이 임산부의 스트레스와 정서 안정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숲 태교 프로그램은 신체적·정신적 변화와 출산에 관한 두려움과 우울감 등 불안요인 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24∼38주 임신부 101명을 조사해보니 숲 태교를 하고 난 임신부의 스트레스 지수는 2.92점에서 2.32점으로 감소했다. ‘자신감과 낙관’은 4.92점에서 5.43점으로, ‘만족과 평온함’은 4.96점에서 5.42점으로 많이 증가했고 ‘긴장과 불안’은 4.68점에서 4.25로, ‘근심과 두려움’은 5.23점에서 4.63점으로 줄었다. 임신부의 경우 호르몬 분비 변화 등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기가 쉽지만, 숲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심박수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 등이 감소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는 태아에도 영향을 미쳤다. 숲 태교 이전 태아의 스트레스는 엄마보다 높은 3.04점이었지만 태교 후에는 2.3점까지 떨어졌다. 대신 엄마와 태아의 애착도는 7.65점에서 7.96점으로 상승했다. 배우자의 스트레스 지수도 숲 태교를 통해 0.52점 완화돼 1.87점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숲의 신비로움이 임신부의 정신을 안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숲에서의 활동 경험은 감정과 감각을 섬세하고 민감하게 하여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며 “숲 태교 프로그램은 자연 친화적 산전 교육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으므로 행복한 출산을 위해서 확산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고 강조했다.

◆미혼모 자존감·삶 만족도 높이는 ‘숲 태교’

숲 태교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과 양육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미혼모들에게 더욱 효과가 컸다. 미혼모 상당수가 청소년으로, 출산 전 미혼모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에 관한 욕구가 큰 시기에 닥쳐온 고립, 신체적 변화 등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숲 태교 프로그램은 이런 미혼모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해준다.

충북대 대학원 산림학과 송정희씨의 ‘숲치유가 미혼모의 우울 및 불안 감소와 자아존중감 향상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임신 4개월 이상 미혼모 7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평균 21.29점이었던 우울감이 5.35점으로 15.94점이나 떨어졌다. 자존감(21점→24.74점)과 삶의 만족도(54.4점→62.6점)도 크게 향상됐다. 숲 태교에 참여한 미혼모 김모(22)씨는 “숲에서 명상하고 체험활동을 하면서 숲과 아이, 그리고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고 나쁜 마음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미혼모들은 시간이 갈수록 우울감(15.46점→19.34점)이 높아졌고, 자존감(22.2점→21.54점)과 삶의 만족도(42.9점→35.7점)는 낮아졌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더욱 힘들어지고 이를 해소할 기회가 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분석했다. 

◆‘산림복지 첫 단계’ 산림청 ‘숲 태교’ 인기

산림청은 행복한 출산을 돕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숲 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산림치유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숲에서 온몸을 이완시키고 호흡에 집중하는 등 명상을 한다. 숲 속 명상은 부부, 예비 엄마 아빠와 태아가 교감을 나누며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하여 임신부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정서 안정을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깊은 호흡을 하며 마신 맑고 깨끗한 산소는 임신부는 물론 태아의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자연물을 이용한 창작활동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한 작품을 부부가 함께 만들면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태아와의 애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숲 태교의 효과가 산모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운영 첫해 300명이던 참가인원이 지난해에는 2735명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32% 증가추세를 보인다. 산림청은 숲 태교 연간 참가인원을 2022년까지 5000명을 목표로 세웠으며, 미혼모 참가인원을 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최근 2년간 치유의 숲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미혼모 340명이 숲 태교(15명)와 한부모가정 프로그램(325명)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숲 태교 사업은 종합만족도 88점을 받아 산림청의 15개 사업 중 두 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산림청의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윤수진씨는 “배가 불러오니 걷는 게 힘들어 처음엔 괜히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막상 와서 새 소리와 나무 소리를 들으니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경기도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 전남 장성 치유의 숲 등 국·공립 치유의 숲 15개소와 경북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무료로 숲 태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부터 국립 산림치유시설과 일부 공립 치유의 숲에서는 새로 개발된 프로그램을 적용해 체계적인 숲 태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신부가 숲 태교를 위해 먼 산을 찾아 이동하는 거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의 협업하여 숲 태교를 생활권에서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 태교는 자연 속에서 엄마와 태아가 따뜻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생애주기 산림복지의 첫 단계”라며 “숲 태교가 예비 엄마 아빠에게 행복감을 주고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는 축복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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