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텐센트가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자들의 설 자리를 뺏고 있다고 분석, 보도했다.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텐센트는 2013년 이래 277개 기술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2017년 한 해에만 80개 기업에 투자하는 등 투자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텐센트의 핵심사업은 메신저서비스인 ‘위챗’과 게임인데, 투자는 결제서비스,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 게임사인 넷마블의 3대 주주이자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블루홀과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100% 인수한 사례도 있지만, 텐센트의 투자는 일반적으로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벤처투자업계에서 텐센트는 기업 지분의 10∼25%를 사들이는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를 대가로 텐센트가 가져가는 건 배당만이 아니다. 벤처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텐센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알리바바와 같은 텐센트의 경쟁사들로부터 돈을 받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지 않는다는 계약에 동의해야 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같은 전략을 쓰기는 하지만, 텐센트가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술기업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회사의 공격적 투자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텐센트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투자 시 금융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은 38억달러(약 4조9000억원)였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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