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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허들' 높이는 美에 반발…北 "체제보장 먼저"

입력 : 2018-05-16 18:20:34 수정 : 2018-05-17 01: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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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회담 재고려” 담화 왜? / 볼턴=‘사이비 우국지사’로 규정 / 리비아식해법·WMD 영구폐기 등 압박수위·범위 확대에 강한 거부감 / 태영호 강연 거론 불쾌감 표출도 /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높이기 / 전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는 듯
북한이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선(先)핵폐기·후(後)보상(제재 해제 및 체제 보장)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미국에 선체제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을 양측의 사전접촉에서 미국 측이 선핵폐기를 강조하며 요구의 수위를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자 세기의 핵(核)담판에서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가 정권이 붕괴한 사례로 보고 리비아 선례를 따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이번에 북·미 사전협상에서 미국 측이 다시 이 해법을 제시하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볼턴 때문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순직 공무원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담화는 이와 관련해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규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미(북·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은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의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위협했다.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매파인 볼턴 보좌관은 최근 한반도 유화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리비아식 해법 적용, 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 북한 핵무기 폐기 후 미국 이전 등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착륙하는 F-22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 맥스 선더에 참가한 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1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담화는 또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하는 주장들을 꺼리낌(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불만도 나타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미국이 회담 의제를 WMD와 인권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자 볼턴 보좌관이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볼턴 보좌관이 최근 검증과 관련해 높은 장벽을 설정하고 인권문제, WMD 등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계속 확대해서 끼워 넣은 것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했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례에 걸쳐 천명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 약속보다 체제보장이 최우선 가치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착륙하는 F-22 한·미연합 공중전 훈련인 맥스 선더에 참가한 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1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언급하면서 이날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도 대미(對美) 메시지 성격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훈련이 시작된 뒤 12일 북한 외무성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폭파 폐쇄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맥스 선더 훈련이 고위급회담 유보의 이유라는 북한 측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는 이에 대해 “(북·미 협상에서) 북한 뜻대로 잘 안 되니까 북한 측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북한이 미국과 의제 설정에서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전체 판을 깨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북고위급 회담의 무기 연기 보도를 하면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및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포럼 주최로 가진 강연 및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을 비난한 내용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김예진·김민서·박수찬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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