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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지구의 미래] 다시 요동치는 하와이 화산… “바다 건너 불구경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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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6 20:59:00 수정 : 2018-05-16 2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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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우에아 화산 폭발 계기 국내 화산 활동 진단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 섬에는 ‘화산 5남매’가 있다. 첫째 이름은 코할라. 70만년 전에 태어나 12만년 전에 마지막으로 용암을 뿜었으니 지금은 ‘영면했다’고 봐도 된다. 이후 수십만∼수만년 터울로 둘째, 셋째, 넷째가 태어난 데 이어 마지막으로 ‘킬라우에아’가 하와이 화산에 이름을 올렸다. 킬라우에아의 정확한 ‘출생연도’는 불분명하지만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 1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때쯤이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즈음이니 지구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인류와 비교해도 한참 어리다.
지난 6일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쏟아져 나온 용암이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의 한 차로를 가로막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 제공, 레일라니 에스테이츠=AFP연합뉴스
굳이 화와이 섬의 가계도를 언급한 이유는 요즘 이 막내 킬라우에아의 활동이 심상찮아서다. 화산이라면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력이 있다. 화산이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과 불이 만나면? ‘물불 안 가리는 폭발’

잘 알려졌다시피 하와이제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북태평양 동쪽 해저 2000㎞ 깊은 곳에 있는 맨틀은 마그마방에 계속 마그마를 ‘납품’하고 있다. 이 마그마는 ‘열점’(hotspot)이라고 하는 곳을 통해 이따금씩 분출하며 화산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산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택배상자처럼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움직인다. 그래서 하늘에서 하와이제도를 내려다보면 ‘10시2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처럼 북서∼남동 방향으로 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킬라우에아가 막내 화산섬이라는 얘기는 곧 열점과 매우 가깝다는 의미다. 그래서 킬라우에아는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한데, 특히 1983년부터 더욱 그렇다.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이 시작된 가운데 14일 인근 마을 파호아의 갈라진 지각 사이로 붉은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파호아=EPA연합뉴스
가장 최근의 분출은 지난 3일(현지시간) 시작돼 16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시뻘건 용암이 날름거리는 혀처럼 춤추고, 흘러내린 용암덩어리가 자동차를 집어삼킨다. 자연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지만, 사실 이 정도는 화산등급에서 1등급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지진이 진도·규모로 등급이 나뉘듯 화산은 분출물 양이나 분연주(화산재 연기기둥) 높이 등을 토대로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를 매긴다. 용암이 흘러내리기만 하는 0등급에서 분연주가 지상 20㎞까지 올라가는 8등급까지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지구과학교육)는 “최근 킬라우에아 분출은 불꽃놀이 하듯 용암이 퐁퐁 솟아나 질질 흘러가는 수준이어서 0∼1등급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 정부가 해당 지역을 연방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하와이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는 머잖아 훨씬 센 화산 폭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킬라우에아 정상에는 거대한 용광로를 방불케하는 ‘용암호’(lava lake)가 있다. 그런데 지난 3일 용암 분출이 시작된 이래 용암호 수위가 자꾸 내려가고 있다. 현재는 분화구 아래로 300m가량 내려가있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용암호 밑에 있던 주변 지하수가 뜨거운 불기운을 만나면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 화산에 압력이 더해진다. 뜨거운 기름에 찬물을 부었을 때나 차가운 물에 뜨거운 유리컵을 담갔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두 번째로 용암호의 용암이 밑으로 빠져나가면 벽면에 있던 암석이 굴러떨어져 마그마와 용암호를 잇는 통로를 막는다. 가뜩이나 ‘열받은 지하수’로 압력이 올라간 상태에서 압력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막힌 셈이니 터졌다하면 그 폭발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폭발을 수성화산활동이라 한다.

킬라우에아에서는 1924년 수성화산 활동이 일어났는데, 당시 화산폭발지수는 2를 기록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 지질조사국(USGS)은 매일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정상부 촬영 장면을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화산계의 이단아’ 백두산의 앞날은?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화산의 위험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분화는 백두산에서 1903년에 소규모로 일어난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우리나라 화산이 분출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한반도에 있는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모두 활화산이다. 기자처럼 ‘국민학교 세대’(30대 후반 이상)인 이들이라면 ‘휴화산 아니냐’ 반문할 수 있지만, 휴화산이란 용어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윤 교수는 “과거 약 1만년 이내 활동한 경험이 있는 화산을 활화산이라고 하는데, 한라산은 1007년 마지막 분화 기록이 있고, 울릉도 나리분지도 5000년 전에 만들어져 모두 활화산에 속한다”며 “지질연대에서 1만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인간 시점에서 쉰다는 의미의) 휴화산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130여년 동안 잠들어있다 1980년 5월 18일 폭발(화산폭발지수 5)을 일으켜 미 역사상 최악의 화산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세인트헬렌스도 백두산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지 모른다. 백두산은 946년 화산폭발지수가 무려 7에 이르는 대폭발을 일으켰다. 분연주 높이가 20㎞에 이르고, 100㎦가 넘는 분출물이 쏟아져나왔다. 기원후 백두산급 폭발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2000년대 들어 백두산 최고봉 높이와 온천수 온도가 올라가는 징후가 보이면서 한 일본 학자는 “2019년까지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68%”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두산은 폭발력도 폭발력이지만, 생성 원인에 있어서도 화산계의 이단아에 속한다. 전 세계 화산의 95%는 지각판의 경계부에서, 5%는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데, 백두산은 이 두 유형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백두산은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돼 만들어진 마그마방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각판 경계부 화산과 마그마 형성 원리는 같지만, 바깥에서 보면 판 경계보다는 판 내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섭입대(subduction zone), 해령축, 열곡 등 세 가지 발생 유형에 이어 ‘제4의 유형’으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미스터리가 많은 산이지만 분단된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 백두산 모니터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

윤 교수는 최근 기상청 연구개발 사업으로 개소한 화산특화연구센터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상청은 인공위성으로 백두산을 관찰했는데, 백두산은 수림이 무성하고 구릉이 많아 위성으로는 정확한 자료를 얻기 힘들다”며 “연구센터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관측자료를 공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국내 화산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연구센터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1000년 넘게 잠들어 있는 한라산은 아직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한라산에서는 특별히 모니터링이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 역사에서 1000년의 휴식은 ‘긴 잠’이 아니라 ‘깜빡’ 조는 것에 가깝다. 더구나 한라산은 킬라우에아처럼 수성화산 활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성산일출봉도 수성화산활동 흔적이다.

백두산도 한라산도 어느 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 만만찮은 녀석들이 되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화산 연구와 대책 수립에 늘 분주한 미국·일본 등의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 아니 ‘바다 건너 화산구경’하듯 바라봐선 안 되는 이유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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