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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데만도 빠듯"…기초생활수급자 '절망의 가계부'

입력 : 2018-05-16 13:42:01 수정 : 2018-05-16 1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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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
"가계부조사를 했던 유인성(가명)씨는 월·수·금 무료로 지급되는 도시락을 꼬박꼬박 챙기고 지난 겨울 배급된 김치를 반찬으로 나머지 끼니를 해결합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날엔 조금 여유가 있어서 반찬을 사서 드시기도 하지만 이도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60대 중반의 유 씨는 한 달에 약 67만 원가량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당뇨가 있어 식단관리가 필요하지만,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인슐린을 맞는 것뿐이다.

언제 쪽방에서 쫓겨날지 몰라 보증금이 필요하기에 약간의 돈을 모으고 나면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씨를 비롯해 기초생활보장수급가구 30가구를 대상으로 2월 1일부터 두 달간 가계부에 모든 수입과 지출을 기록했다.

이들의 가계부는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만을 수입으로 산정하고, 적금 및 예금, 채무를 제외한 지출을 따져봤을 때 월평균 가계수지는 17만3천470원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부담이 큰 항목은 주거비였다. 최저생계비의 항목별 구분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도·전기·가스 등 수도광열비의 비중은 7.1%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3분의 2 이상이 최저생계비로 지급되는 비용 이상의 돈을 주거비 및 수도광열비로 지출했다.

수급가구의 식생활을 보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는 19만9천510원이었다.

하루 평균 식대는 6천650원인 셈이다. 수급대상자들은 대개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적절한 식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고 성장기 미성년 자녀에게도 제대로 된 영양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우려됐다.

실태조사를 맡은 김준희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은 "상당수 가구는 아픈 곳이 있어도 병원비 때문에 진단·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고 다른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승민 활동가는 "수급비를 받는 주민들은 대부분 먹고 사는, 그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 이상은 생각할 수 없다"며 소외계층에게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초생활수급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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