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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권창훈 ‘돈워리’ 신태용

입력 : 2018-05-13 21:42:00 수정 : 2018-05-13 2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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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악재 신태용號 화색 해결사 기근 현상. 한국 축구의 영원한 아이콘 박지성(37)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의 은퇴 이후로 대표팀의 고질병으로 남았다. 오죽하면 2016년 당시 연일 성적 부진에 허덕이던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은 “한국에 소리아(카타르) 같은 선수가 없다”고 말해 팬들의 공분을 샀다. 세바스티안 소리아(35)는 대표팀 119경기서 38골을 넣은 스트라이커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지금이라도 박지성이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열망 역시 뜨거웠다.

다행히 박지성의 그림자를 싹 지워버릴 정도로 시원한 골이 터지면서 신태용호에 화색이 돌고 있다. 13일 대표팀 측면 미드필더로 꼽히는 ‘왼발 박지성’ 권창훈(24·디종)은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열린 릴과의 2017~2018 리그앙(1부리그) 37라운드 원정경기서 투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탐색전이 이어지던 전반 10분, 상대 수비수가 골키퍼에게 힘없는 백패스를 하자 권창훈은 끝까지 상대 골키퍼를 압박해 들어간 뒤 태클로 공을 빼앗았고, 텅 빈 골문에 침착하게 공을 집어넣었다. 올 시즌 리그 11번째 골을 터트린 권창훈이 앙헬 디마리아(PSG), 지미 브리앙(갱강)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공동 득점 18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다. 다만 디종은 이어 내리 2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권창훈(디종)이 13일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열린 릴과의 리그앙 37라운드 원정경기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릴=AFP연합뉴스
본업이 ‘골잡이’는 아니지만 권창훈의 활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 시즌 33경기(선발 24경기)에 나선 그는 출전시간이 2067분이다. 이는 디마리아(2122분), 브리앙(3123분) 등 같은 선상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적다. 또한 리그앙에서 뛰는 미드필더로만 한정하면 3번째로 많은 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디종이 리그 순위 13위(12승9무16패·승점 45)로 중위권을 맴도는 점을 고려하면 이만 한 ‘에이스’가 없다. 프랑스프로축구선수협회가 권창훈을 올해의 미드필더상 후보로 올려놓은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시즌 막바지에도 뜨거운 권창훈이 반가운 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신태용호에 확실한 카드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최근 왼발잡이 염기훈(35·수원)이 갈비뼈 골절상으로 월드컵행이 좌절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역시 왼발잡이로 슈팅력이 탁월한 권창훈이 신태용호에 추진력을 더할 전망이다. 스스로도 “박지성의 모든 것을 따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는 권창훈은 특유의 성실함,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박지성을 꼭 빼닮았다는 평가다.

권창훈은 수원 매탄고 졸업 뒤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아버지 권상영(58)씨가 30년째 제과점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한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빵훈이’로 통했다. 그런데 동그란 얼굴에 노상 웃는 낯인 ‘빵훈이’는 원조 ‘왼발의 달인’ 고종수(40) 코치(현 대전시티즌 감독)를 만나 무섭게 변했다. 고 감독이 “슈팅력의 생명은 발목 힘에 달렸다”고 강조하자 권창훈은 날마다 침대에 밴드를 걸고 왼 발목을 잡아당기는 훈련을 했다. 이는 권창훈 특유의 골문 안으로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반 박자 빠른 슈팅이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권창훈이 러시아에서 박지성의 뒤를 잇는 선수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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