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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빼앗긴 권리] 휠체어 타고 운동하면 민폐?… 공공체육시설 이용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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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3 19:52:42 수정 : 2018-05-13 19: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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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의 현실 / 서울시 25개 구립 헬스장 조사 결과 / 5곳 등록 불가… 조건없이 등록 3곳뿐 / 9곳은 운동 때마다 보호자 동반해야 / 옆에서 돕기만 하는데 사용료 다받아 / 8곳은 면담 뒤 등록 여부 결정하기도 / 운동은 장애인 건강권에 큰 영향 미쳐 / 전문가 "생활체육 인프라 확대 나서야" 지난해 11월 지체장애 1급인 임현수씨는 주치의로부터 근력운동이 필요하다는 권유를 받고 서울 동대문구 구립체육시설(이문체육문화센터)을 찾았다. 임씨는 거동이 불편하지만 혼자 해외여행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걷는 데 큰 불편이 없었고, 운동시설을 이용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시설 측에서는 “위험하다”며 입장을 거부했다. 임씨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이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안 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장애 극복 ‘희망의 레이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6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총 20개국에서 온 휠체어 마라톤선수 2800여명이 풀코스와 하프코스, 핸드사이클 등 5종목에 참여했다.
뉴스1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25조는 ‘체육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체육활동의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은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운동의 필요성이 더욱 높지만, 임씨처럼 ‘운동할 곳’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씨의 경우 헬스장 등록을 거부당한 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언론에까지 소개되면서 결국 해당 시설에서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세계일보는 최근 서울 25개 자치구의 구립체육시설 헬스장을 대상으로 지체장애인 등록 여부를 점검했다.

◆조건 없이 장애인 등록 가능한 구립 헬스장은 3곳뿐

취재 결과 25개 구립체육시설 헬스장 중 “아무런 조건 없이 지체장애인도 등록할 수 있다”고 답한 곳은 △강동구 온조대왕문화체육관 △동작구민체육센터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 3곳에 불과했다.

△강남구민체육관 △관악구민종합체육시설 △구로구민체육센터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 △마포아트센터 체육관 △송파체육문화회관 △용산구문화체육센터 △은평구민체육관 △중구 장충문화체육센터 9곳은 ‘운동할 때마다 보호자가 동반해야 등록 가능하다’고 답했다. 혼자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의 장애인이라도 보호자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장애인은 혼자 출입해선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 시설은 보호자에게 사용료 감면 혜택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보호자는 운동 보조만 하더라도 사용료를 똑같이 내고 들어와야 했다.

◆25곳 중 5곳은 ‘장애인은 무조건 등록 불가’

25곳 중 5곳(20%)은 보호자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지체장애인은 아예 등록이 불가능했다. 서초구민체육센터는 “시설이 낡아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데, 그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거절했다. 영등포제2스포츠센터는 “헬스장이 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 비장애인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강서구 공항동문화체육센터 △서대문체육회관 △양천구민체육센터도 등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일단 장애인을 만나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곳도 많았다. △강북웰빙스포츠센터 △광진구민체육센터 △노원구민체육센터 △도봉구 창동문화체육센터 △동대문구민체육센터 △성북구 해오름휘트니스센터 △종로구민회관 △중랑구민체육센터 등 8곳은 면담을 거쳐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강북웰빙스포츠센터는 “우리가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등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평소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박모(35)씨는 “목발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팔 근력운동은 혼자 할 수 있지만 헬스장에서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운동이 가능한지는 장애인 본인이 제일 잘 아는데 시설에서 대충 보고 판단하는 것 같다. ‘몸도 성치 않은데 왜 운동을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운동시설 확충해야

장애인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운동이 절실하다. 13일 보건복지부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장애인 중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81.1%로 전체 인구 평균(47.6%)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운동 부족과 관련이 있다. 2014년 조사 결과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장애인은 61%였으나 운동 장소는 대부분 집 근처 공원(68%)이나 집 안(11%)이었다. 상업스포츠시설 이용은 6%, 복지관 체육시설은 4%에 불과했다. 운동 종목은 71%가 ‘산책 등 걷기’라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체육시설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896개 공공체육시설 중 10.6%(95곳)는 장애인의 체육활동이 불가능했다. 휠체어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의 접근성을 가늠할 수 있는 5개 시설 설치 조사 결과 모두 갖춘 곳은 205곳(22.9%)에 불과했다. 1개만 갖춘 곳은 58곳(6.5%), 하나도 없는 곳은 56곳(6.3%)이었다.

척수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운동은 장애인의 건강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 만큼 장애인이 쉽게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이창훈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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