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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앗! 깜짝이야"..죽음 부르는 '스텔스 자전거족' 공포

입력 : 2018-05-13 15:00:00 수정 : 2018-05-13 1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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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음주 라이딩…법규 미비로 안전 구멍 / 한강을 달리는 어둠 속 '스텔스 자전거족’ / 도로 위의 무법자 / 위험천만 '스텔스 자전거족' / 따듯한 날씨…활개 치는 한강 변 자전거길 / 전조등과 후미등 미장착 자전거 수두룩 / 헬멧 착용 없이 도로를 달려 / 사고 4년 만에 2배·한해 사망자 100명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다칠까 봐 겁나고 무섭죠. 늦은 밤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널렸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걷는 사람들은 다칠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아차 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연휴 마지막 날인 7일은 서울 낮 기온이 26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지나가는 연휴가 아쉬운 듯 늦은 밤까지 공원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초여름 날씨에 시원한 밤바람을 즐기려는 시민들 사이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이른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었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스텔스 자전거족’은 스텔스 전투기에 빗댄 말.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은폐기능을 갖춘 비행기를 말한다. 스텔스 자전거족은 어두운 밤길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빛이나 소리 없이 갑자기 추월하거나 맞은편에서 불쑥 등장하기 때문에 자전거 족은 보행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급경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 평탄하게 이뤄진 것이 특징.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어린아이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위험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구간에선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할 뻔한 모습도 목격됐다. 한강공원은 나들이 인파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키면서 아슬아슬한 장면 지속적으로 연출됐다.

한강공원 보행로를 걷다보면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옆을 추월해 지나치는 자전거들에 놀라기 일쑤. 어두운 밤. 소리 없이 달리다 보니 위험에 대처하는 시간이 짧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이촌 한강공원 쉼터에서 만난 최 모씨는 "한 번도 사고 난적이 없어 문제 될 것이 없다. 가로등도 있고, 운전을 잘하기 때문에 굳이 라이트를 달 필요가 없다“며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것도 아닌데, 비싼 장비를 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최 씨는 헬멧 등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최 씨뿐 아니라 한강공원을 걷다 보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달리는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본인과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촌 한강공원은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혼재되다 보니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 발생 위험도 높다. 특히 어두운 밤길에는 도로에 칠해진 차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차선으로 구분돼 있지만 자전거가 보행로에 침범하기 일쑤다. 제한속도인 시속 20km를 지키지 않고 과속하는 자전거 족은 부지기수.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다 보니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할 뻔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촌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자전거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보이지도 않는데, 너무 빨리 타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두 아이와 함께 한강을 찾은 이 모씨는 “아이와 함께 걷다 보니 더 불안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아이가 뛰어갈 수도 있어서 더욱 조심하고 긴장하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전거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만난 이 모씨는 평일에도 자전거 주행을 즐긴다고 했다. 며칠 전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자전거 운행자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급하게 멈춰 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졌다는 것.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렸다면 훨씬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이 모씨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은 겪는 일이 됐다.

지난해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6년 자전거 사고 현황’ 자전거 가해 사고는 2012년 3547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5년 6920건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자전거 사고 건수가 5936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는 2015년 107명보다 6명 늘어난 113명에 달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피해를 입은 사고도 2012년 9705건에서 2015년 1만1390건으로 최고수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9700건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매년 발생한 사상자 수가 1만∼1만2000명 수준이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없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질주하는 `스텔스 자전거족`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한강 자전거 도로변 편의점에서는 자전거 의류·장구를 착용한 채 맥주를 마시는 이용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현행법상에는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이나 처벌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 자전거 운전 시 안전모 착용 의무화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이 오는 9월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몰 경우 독일은 1천500유로(약 190만원) 이하의 질서 위반금을, 영국은 2천500파운드(약 372만원) 이하 벌금을 각각 부과한다. 일본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만엔(약 102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처벌 강도가 높은 편이다.

작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자전거 이용자 8명 중 1명은 자전거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경찰청이 2016년 4∼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83.4%가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간 환자 중 머리를 다친 경우가 38.4%에 달하는 데다 안전모를 착용할 경우 이를 쓰지 않을 때보다 머리 상해 정도가 8∼17%가량 줄어들어 중상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전거 교통사고는 자전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어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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