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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해상초계기는 美 독점?"…유럽, 파격 조건으로 '뒤집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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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2 10:00:00 수정 : 2018-05-12 10: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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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브가 개발중인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무장을 탑재한 채 임무를 수행하는 상상도. 사브 제공
문재인 정부의 첫 해외 무기 도입 사업인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수의계약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미국 보잉의 P-8A 해상초계기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스웨덴 사브의 소드피시(Swordfish) 해상초계기가 파격적인 조건을 거듭 제시하면서 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를 앞세워 동아시아 지역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사브는 소드피시 부품 및 장비 공동생산,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되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잠수함, 공중조기경보기 관련 기술이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정책으로 기술이전이 쉽지 않은 보잉의 약점을 파고든 ‘빅 픽쳐’라는 평가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중으로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브 “잠수함, 레이더 기술도 이전 가능…공동 생산 OK”

사브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소드피시를 구매하면 KF-X 개발에 포함되어 있는 AESA 레이더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이전하고 한국산 장비 탑재 등을 절충교역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사브측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관계 기관에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에서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전 및 공동생산 품목을 담은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잠수함 기술이다. 사브의 잠수함 개발 계열사인 코쿰스(Kokums)는 프랑스 DCNS, 독일 티센크루프와 더불어 유럽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을 건조, 수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브 관계자는 “잠수함과 해상초계기를 함께 개발하는 방산업체는 사브가 유일하다. 관련 노하우를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브가 건조중인 A26 디젤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해 항해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브 제공
사브는 디젤 잠수함이 수면위로 떠올라 공기를 충전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 잠수를 할 수 있는 스털링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잠수함 설계, 잠수함 상부구조물 설계, 고스트(GHOST:Genuine HOlistic STealth) 시스템 기술이전을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술들은 스웨덴 해군 차세대 잠수함 A26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이다.

스웨덴 해군이 2020년대 초 사브에서 도입할 예정인 A26은 1900t급 소형 잠수함이지만 첨단 기술과 독특한 설계, 최신 재료가 사용되어 적에게 들키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으로 불린다.

앞서 언급된 고스트 시스템 덕분이다. 고스트 시스템은 A26에 적용된 소음 및 진동 감소 기술들을 합친 것이다. 고스트 덕분에 A26이 수중에서 멈춰있으면 적 구축함이나 해상초계기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고스트 시스템을 간단히 표현하면 잠수함 선체를 특수 고무로 뒤집어씌워 잠수함에서 나는 소리가 바다로 퍼지지 않게 한 것이다. A26은 잠항 시 유체역학에 따라 잠수함 주변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제거하도록 외형이 설계됐다. 선체와 수평타도 진동과 소음을 최대한 낮추도록 설계됐으며 기존에 개발한 스털링 AIP를 개량해 진동을 억제했다. 디젤엔진 모듈은 진동과 음향을 줄이는 특수 외피로 감쌌다. 새로운 형태의 음파 흡수재, 반동 코팅재도 사용됐다. 여기에 케이블과 파이프를 최대한 직선화하고 잠수함 외부의 구멍도 없앴다. 

A26 잠수함 뒤편에 설치된 수직발사시스템. 뚜껑 3개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브 제공
A26은 특수전부대 운용은 물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탑재도 가능하다. A26의 수출용 버전 중에는 수직발사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8기를 탑재한 것이 있다. 사브는 A26 잠수함 함교 뒤쪽의 선체를 절단해 길이 10m, 무게 400~500t급 수직발사관 모듈을 삽입해 50일간 공기불요추진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만들었다. 기술적 구성 측면에서 우리 해군의 3000t급 잠수함과 유사하다.

사브는 잠수함 기술 외에도 소드피시에 탑재되는 음향탐지부표(소노부이) 발사대와 보관대, 레이더 투명 패널 및 레이돔과 기타 내부 품목을 국내 업체와 함께 제작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운영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제안도 추가됐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위해 비행 제어 시스템, 항공전자장비 통합 등을 지원하면서 센서 업그레이드와 신형 센서 설치, 한국의 데이터링크 적용 등도 제안했다.

이외에도 글로벌아이(globaleye) 조기경보통제기, 소드피시 공동 생산을 통한 기술 이전 등도 제안되고 있어 사브의 기술이전이 실현되면 국내 방산업계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브의 기술이전 제안, 얼마나 가치있을까

사브의 기술이전 제안은 국내 방산업계와 국방과학연구소(ADD), 해군의 현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기술 이전은 차기 해상초계기를 운용할 해군을 의식한 제안이다. 해군은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에서 209, 214급 디젤잠수함 18척을 도입하면서 얻은 기술로 국내에서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미사일 수직발사시스템을 갖춘 대형 잠수함 개발과 건조는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때문에 영국 해군 아스튜트급 핵잠수함, 스페인 해군 S-80 디젤잠수함 건조에 참여한 영국 밥콕 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적 리스크 감소에 도움이 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어뢰와 미사일을 발사하고 엔진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투시스템 개발도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209, 214급 잠수함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수직발사시스템을 갖춘 신형 잠수함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을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개발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가동 속도 둔화 또는 프로그램 충돌 등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 수정하는 것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군 소식통은 “기술적 측면에서 잠수함 개발은 가능하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없어 해군의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14일 첫 비행에 나선 글로벌아이 조기경보통제기. 사브 제공
사브의 기술이전이 실현되면 거액을 들여 최신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없고, 개발 리스크도 낮아진다. 성능은 A26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비용절감과 기술적 신뢰성 제고로 전력화 일정도 지킬 수 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함구하고 있으나, 다양한 경로로 흘러나오는 정보에 따르면 개발 작업이 지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T-50을 FA-50으로 개량하는 것과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고 지적했다. 항공전자장비 통합과 생존성 평가, 비행제어시스템 등을 포함한 사브의 기술이전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 리스크를 다소나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ESA 레이더 기술은 개발을 맡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 도움이 된다. 사브는 2010년부터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해 기술협력을 진행해왔다. 레이더 개발은 구성품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항공기 전자장비와의 체계통합에 성패가 달려있다. 드라켄, 비겐, 그리펜 전투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사브의 노하우가 전수되면 촉박한 AESA 레이더 개발 일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소드피스 해상초계기가 해상순찰을 진행하는 상상도. 사브 제공
소드피시 구성품 공동 제작 및 국내 생산은 항공산업 생태계 진흥을 지원할 수 있다. 항공기 개발을 위해서는 부품 제작 중견기업의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30년 이상 운용할 차기 해상초계기에 부품과 장비를 공급한다면 일정 수준의 일감 확보가 가능하다. 해군 역시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링크-11, 16과 한국형전술데이터링크, 해군전술정보체계 등으로 구성된 군의 데이터링크 시스템은 상호 정보공유가 가능하도록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사브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링크를 개발, 판매해 구매국가의 장비와 통합한 경험이 있어 우리 군의 네트워크중심전(NCW)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글로벌아이 공동제작 참여는 큰 이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공군은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 4대 외에 추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국토 곳곳에 레이더가 배치돼 있어 영공 방위보다는 북한 탄도미사일 추적 등에 주로 쓰였는데,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추가 도입 필요성은 낮아진다”고 전했다. 피스아이를 대체할 신형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이 시작되면 사브의 제안이 주목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북한 도발 위협을 근거로 사업 추진속도를 가속화해 P-8A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강도는 낮아지고 있다.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P-8A든 소드피시든 해군의 P-3CK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양쪽을 모두 협상테이블에 올려 가격과 성능, 절충교역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글로벌 방산업체의 호구 노릇을 지속하기에는 허공에 뿌린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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