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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복구 대책, 피해자의 ‘든든한 울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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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0 23:40:32 수정 : 2018-05-10 2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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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 8년인 1426년 2월 15일 한양에서는 일명 ‘한양 대화재’로 불리는 큰 화재가 있었다. 한양 남쪽에 사는 한 노비의 집에서 발생한 불이 거센 서북풍을 타고 퍼져 행랑 116칸과 가옥 2170채가 전소했다. 사망자도 32명이나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날에도 화재가 발생해 죄수를 관장하는 전옥서(典獄署)와 민가 200여채가 불탔다고 한다.

당시 세종대왕은 강원도 횡성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겸한 수렵대회 중이었다. 도성 밖으로 출타 중 위기가 발생했으나, 세종대왕은 조속한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했다. 불에 탄 집과 식량이 떨어진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부상자는 의원에게 치료받게 했다. 사망자에게는 쌀 1석과 함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종이·거적 등을 지원했다.

또 화마가 휩쓸고 간 한양을 복구하면서 도로를 정비하고, 가옥 구조를 개선했다. 대로는 수레바퀴 7개 폭으로, 중로는 2개, 소로는 1개 폭으로 만들었다. 가옥 지붕은 초가에서 기와로 개량하고, 화재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집을 지을 재목을 지원했다. 현재 소방청 격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립해 제도적 문제점 보완에도 주력했다.

600여년 전 세종대왕의 슬기로운 재난 대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최근 2년간 우리는 경주와 포항에서 두 차례 큰 지진을 겪었다. 포항에는 아직도 330명의 이재민이 남아 있다. 우리의 복구 지원 대책에 문제는 없었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올 1월부터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재난복구 지원체계를 원점에서 들여다봤다. 처음 눈에 띈 것은 현 재난복구 지원체계가 태풍이나 호우 같은 풍수해피해 복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지진으로 건축물에 균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 복구 지원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건축물, 특히 주택 피해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 복구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게 됐다. 또한, 태풍·호우와 달리 지진의 경우는 여진이 발생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기존 피해 신고 기간 10일을 2개월 범위에서 탄력 조정해 피해주민의 신고 누락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기존의 정부 지원체계 자체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주택 피해 복구 지원기준은 2003년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이후 아직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15년 동안 정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는 약 40%가 인상됐는데도 말이다. 이에 그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주택 전·반파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44% 인상할 방침이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아울러 같은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음에도 세대주는 1000만원, 세대원은 500만원으로 정부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는 세대주·세대원 구분 없이 동일하게 지원하고 부상자 지원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진피해 시설에 정밀 안전진단 비용을 포함해 지원하고, 사립 유치원 등 공공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 교육시설도 대상에 추가하려고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팝송인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에 “어둠이 밀려오고 주위에 고통이 가득할 때도 험한 세상 건너는 다리가 되어…”라는 노랫말이 있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복구 지원 대책이 재난으로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재난 극복의 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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