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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격변하는 한반도… 평화의 꽃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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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0 00:08:03 수정 : 2018-05-11 0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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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中, 같은 곳 향해 함께 가길 새벽까지 일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본사 국제부장이 아침 일찍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살펴보라는 지시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1시간 뒤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다고 공개했다. 채널을 돌리며 미국 방송들의 반응을 살폈다. 폭스뉴스, CNN, NBC 등 성향이 다른 매체들의 진행자 발언에서 특이할 만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요지는 이랬다. 역대 정부에서 수십년 동안에도 일어나지 않았던 세기적 사건이 트럼프 정부에서는 연일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백악관 취재 기자마저 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3월 이후 두 차례나 중국을 찾은 김정은의 행보, 반전을 거듭한 북·미 정상회담 일정, 한·중·일 정상회의 등이 그 근거였다. 오후엔 이란 핵 협정 파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재방북 소식이 더해졌다.

긴박한 뉴스의 연결고리엔 북한이 자리했다.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전하던 CNN의 유명 앵커 크리스 쿠오모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쿠오모는 “남북한이나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이 (북·중 회동에 대한) 사전 정보에서 소외됐다면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미 고위 당국자들의 최근 신경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을 향해 “장난을 치면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북한을 믿지 말라’는 소리를 반복해 왔으며, 중국마저도 한동안 북한과 거리를 뒀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이랬던 세상이 불과 며칠 만에도 급변하고 있다. 서울과 달리, 회의적 전망이 가득했던 워싱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주미대사관 직원, 조지워싱턴대 미국인 교수와 점심식사를 하던 중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올해 초 국무부를 나온 그에게 트럼프 정부의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바뀌고 있고, 전망이 좋다”고 확인했다. 오후엔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는 우리 전문가를 만나고, 통상관계 당국자의 사무실을 방문해 차를 마셨다. 이들은 정부는 물론 한반도 전문가를 포함한 주류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판단은 옳았다. 며칠 전이었다. 주말에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코피를 흘렸다. “임기 말의 특파원에게 나타나는 체력 소진 현상”이라는 위로부터 “이게 모두 트럼프와 김정은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아침잠을 설치는 것을 걱정한 김정은이 조간신문 기자의 건강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반 농담은 압권이었다. 대화는 어느새 진중하게 이어졌다. ‘정상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김정은과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트럼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각도 표출됐다. 이제 김정은을 무조건 비난하는 게 이상한 세상이다. 고모부와 이복형을 없앤 냉혈한이라는 주장도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조선의 왕들도 그랬으며, 우리 사회의 재벌들도 숱한 ‘형제의 난’을 벌였던 적이 있다는 반박까지 더해진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을 폄훼하는 이들도 줄었다. 우리에게 조기 대선이 없었다면 지난 1월 이후 남북화해 무드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을까. 우리의 복이다. 사심 없는 기대 하나 더한다. 운전대의 문재인 대통령과 동석자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이 같은 목적지를 머리에 그리며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구든지 전략가로 추앙받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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