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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스크린 독과점 이젠 칼 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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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9 00:35:32 수정 : 2018-05-09 00: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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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3일 ‘어벤져스’ 1000만 눈앞 / 美 LA서도 하루 19회 상영하는데 / 한국에선 84회 틀어주는 극장도 / 공정경쟁 위해 법적 규제 마련을 참담하다.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없애려는 역대 최강의 빌런(악당) 타노스가 국내 영화 생태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마블스튜디오의 야심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개봉 13일째인 7일까지 누적 관객 수 901만3134명을 동원, 개봉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내 극장가를 집어삼키고 있다.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어벤져스 3’에 해당하는 ‘인피니티 워’는 역대 국내 개봉 외화 중 최단기간에 90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아울러 역대 최다 예매량(122만장), 역대 최고 예매율(97.4%), 역대 최고 오프닝(98만명), 역대 IMAX 및 4DX 최고 오프닝 기록 등 각종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앞서 개봉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5일째 400만, 6일째 500만, 8일째 600만, 11일째 700만, 12일째 800만 관객을 각각 돌파했는데, 모두 역대 개봉 외화를 통틀어 경신한 최단 기록이다.

이는 최다 스크린 수 2553개, 최다 상영 횟수 1만3183회, 최고 상영점유율 77.4%, 그리고 1일 최다 관객 수 133만2603명이라는 기록이 입증하듯 극장가가 작심하고 ‘몰빵’해 빚어낸 결과다.

누적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 ‘신과함께: 죄와 벌’(2017) 이후 역대 21번째로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른다. 외화로는 ‘아바타’(2009),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인터스텔라’(2014), ‘겨울왕국’(2014) 등 4편이 ‘1000만 클럽’에 들어 있다.

전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 당시 전국 2200여개 스크린 가운데 1843개를 차지하고 전체 매출의 90.6%를 가져갔을 때, 영화계는 독과점을 성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소나기를 피했다. 극장가는 자제하기는커녕 보란듯이 기세등등하게 한 걸음 더 100%에 다가선 독과점을 과시했다.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는 한국영화 전체가 휴가를 가는 게 더 낫겠다”는 자조까지 나왔다.

영화(문화)산업은 벽돌을 찍어내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획일성은 문화의 독이다.

서울 CGV용산아이파크점에서는 ‘어벤져스 3’를 하루 84회 상영하기도 한다. 무려 75%를 차지한 상영비율이다. 같은 날 내걸린 나머지 6편의 영화 상영 횟수를 모두 합쳐도 28회에 불과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AMC프로메너드16에서는 ‘어벤져스 3’를 19회 상영하고 다른 영화 13편은 총 51회 틀어준다.

그동안 국내 극장가에서 18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내준 영화는 모두 8편이다.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시작으로 최근 3년 안에 개봉한 영화들인데, 그중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 ‘스파이더맨:홈커밍’(2017) 등 4편이 마블 영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데드폴2’ 역시 마블 만화가 원작이다.

80%에 육박하는 상영 점유율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잘못된 일’이란 얘기다. 극장가는 시장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멀티플렉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일 뿐, 문화 다양성을 해쳐 영화계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계는 특정 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30∼40% 이상 상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스크린상한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그동안 산업규모를 키우는 데만 골몰했다면 이번에는 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정비에 나설 차례다.

강성률 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적었다. “1위 영화는 133만 관객이 들었고 2위 영화는 겨우 1만명을 넘겼을 뿐이다. 박스오피스 순위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상황… 100명 중 95명이 한 영화를 보도록 극장을 열어주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다시 묻게 된다. …시장이 못하면 방법은 법적 제재밖에 없다. 잠자고 있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은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 공동대표는 “특정 영화의 스크린독과점은 멀티플렉스 등장과 함께 급속도로 조성된 시장구조”라며 “단기적 수익만 좇다 보면 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하게 되므로 프랑스처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생각을 듣고 싶다.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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