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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개론] (9) 결혼할 때 꼭 거금 주고 사야만 하는 것들

입력 : 2018-05-05 13:00:00 수정 : 2018-05-06 12: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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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에 한참 바쁜 후배를 만났다. 체크리스트라며 몇 장의 종이를 꺼내 보여준다. 그 안에 적힌 것들을 다 사야 하느냐며 한숨을 쉰다. 시간적 여유도 없지만 예산마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 쉰다.

리스트를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인터넷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것이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지만 이것을 들고 돌아다닐 예비부부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체크리스트를 보며 필요 없는 품목에 빨간 줄을 쭉쭉 그어주자 후배의 얼굴에서 마치 ‘구원’을 받은 양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무나 가르쳐주지 않는 ‘결혼할 때 꼭 거금 주고 사야만 하는 것들 베스트3’다.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에 출연한 비투비 육성재(왼쪽)와 레드벨벳 조이. '우리 결혼했어요' 캡처

첫번째 여행용 캐리어다. 캐리어는 사실 신혼여행 패키지를 접수하거나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 사은품으로 자주 준다.

나 역시 결혼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신혼여행을 웨딩 패키지로 예약했다. 당시 한창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제대로 알아볼 만한 여유도 없었지만 고가의 여행용 캐리어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말에 넘어간 듯하다.
 
고가의 캐리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거나 다음 여행 때 사야지 하며 미루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보니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캐리어 쓸 일이 너무 많다. 둘만의 짧은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친정과 시댁 등 1박에서 길게는 3일 이상 집을 비울 일도 잦다. 

혼자 살 때야 내 짐만 싸면 되면 그만이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두 사람 몫을 챙겨야 하고, 거기에 아이까지 생기면 금세 3~4인분으로 늘어난다. 아이 짐은 정말 어마 무시하다.

그래서 여행용 캐리어는 반드시 좋은 것으로 구매하기를 강력 추천하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친정과 시댁에서 각자 못 가져온 책이나 짐, 먹을 것 등을 싸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드시 사이즈별로 구비해놓기를 바란다. 

 
두번째는 침대다. 침대는 진짜 ‘과학’이다. 광고 문구라고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특히 신혼 때는 잠을 잘 자야 한다. 혼자라면 마음 내킬 때 쉴 수도 있지만 결혼 후에는 예기치 않는 스케줄이 많이 생긴다. 갑작스러운 ’시댁 호출’이나 이름도 성도 모르는 시조카의 결혼식, 평생 한번 본 일가 친척의 잔치 등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게다가 직장생활에 육아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래서 잠이 정말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침대는 반드시 좋은 것으로 사기를 추천한다.

정말 숙면을 위해서다. 엉뚱한 상상은 마시라. 

특히 침대를 살 때 모양보다 매트리스의 상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바쁜 스케줄에 잠까지 제대로 못 자면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혼 전 받은 수백만원짜리 마사지가 도로아미타불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점 꼭 명심하기를… 

  
세번째 식기세척기다. 요즘 가전제품 가격이 어마 무시하게 비싸서 식기세척기까지 사려면 혼수 준비 예산이 초과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강력하게 주장한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사양을 조금 줄이고 식기세척기만은 반드시 구매하기를…

사실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거기서 거기다. 900만원짜리나 200만원짜리나 음식을 보관하고 얼리는 기능만 잘 작동하면 그만이다.

식기세척기는 다르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가져다주는 귀한 존재다.

사실 내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혼수 품목으로 식기세척기를 꼽는 이는 드물었다. 나 역시 챙기지 못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커플끼리 집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다 서로 하겠다고 알콩달콩 사랑놀이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결혼 전이다. 그 후에는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집 밥을 해 먹고 나면 서로 미룬다. 가위바위보! 이런 것 없다. 이 정도도 못해주느냐며 서운함을 토로하다 싸우기 일쑤다. 

밥을 함께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맡기자. 이것이 인류평화를 위한 지름길이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내 차례네, 니 차례네’ 따지기보다 아예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으면 ‘비둘기처럼 다정한’ 집이 될 터다.  

  
지금까지 결혼할 때 거금 주고 꼭 사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상황에 따라 이것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빠진 것도 많을 터다. 

혼수용품들을 사러 다니면서 예비 부부들의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그 어떤 것보다 ‘이 사람하고 잘 살아야지’라는 마음만은 평생 거금 주고라도 꼭 챙겨가야 하는 ‘0순위’라는 사실을…

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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