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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에게 "강간 당하는 장면 재연해봐" 경찰 조사 방식 논란

입력 : 2018-05-04 20:31:54 수정 : 2018-05-04 20: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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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의 경각심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성폭력 피해 조사 방법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방송된 SBS 'SBS 스페셜'에서는 용기를 내 성폭력 피해사례를 전한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날 일본인 이토 시오리(28)는 성폭력 피해 이후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일본 경찰의 조사 방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토 시오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2015년, 당시 그는 일본 민영방송 TBS의 기자였던 야마구치 노리유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해자 조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고압적인 태도로 시오리를 대했다.

경찰은 시오리에게 "처녀냐"고 묻는가하면 "피해자 진술서를 제출하면 당신의 인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 남자를 고소하면 일본에서는 절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용기를 줘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겁을 주고 이차적인 성적 수치심을 안겨준 것이다.

시오리는 오히려 자신이 범죄자로 여겨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조사는 이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시오리는 다수의 남자 수사관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사관들은 시오리의 몸에 인형을 올려놓고 여러 자세로 움직이며 어떻게 성폭행을 당했는지 물었다.

피해 검증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강간 장면을 재연하는 것은 성폭행 피해자인 시오리에게는 추가적인 상처로 남을 뿐이었다.

시오리는 "(조사를)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예전 직장동료가 이런 건 '2차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정말 말 그대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오리가 온갖 수치심을 견디고 피해 상황을 진술했지만 가해자 야마구치 노리유키는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택시 기사의 증언과 호텔 CCTV 영상이 확보되면서 야마구치 노리유키가 체포됐으나,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가 중단됐고 일본 주류 언론 역시 이를 다루지 않았다.

시오리는 추가적인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지금도 시오리는 진실을 밝히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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